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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Mar 14. 2020

'존버'에 대한 단상

존x 버티기는 과연 효과적일까

존버에 대한 단상


힘들다는 친구에게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한참을 위로해주고 나서, 그래도 더 힘내자고 꼭 말한다. 여기서 그만두는 것보다는 힘들더라도 조금 더 힘내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힘들어도 힘내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는 바람은 사실 나 스스로에게 하는 응원이기도 하다. 우리가 힘들어도 힘을 내야 하는 이유는 그 누구든지 어딘가에서는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알맞은 짝을 만나지 못했을 뿐, 쓸모없는 인간은 절대 하나도 없다. 그것만 믿으면 좌절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온전히 사랑받길 바라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단 이유로 선택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사랑을 받는 데에도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선택을 받는 데에도 좋은 구석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겠다는 말은 나를 멋대로 바꾸려는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는 말이지, 내 멋대로 굴어도 나는 사랑받아야 된다는 이기적인 말이 아니다.


존버 정신이라는 말을 하는데, 존나 버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존나 버티기 위해서는 그냥 숨만 쉬고 살면 되는 게 아니라, 변함없는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그 바닥에 붙어서 떨어져 나가지 않으려는 노력과 의지가 수반되며,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항상 샘솟아야 하고, 생명을 유지해줄 숙식비를 필요로 하며, 포기를 앞둔 순간에 날 구원해줄 소중한 인연의 격려도 필요로 한다. 그게 존나 어려운 존나 버티기다.


존버가 익숙해질 때 즈음이면 욕심이 조금 생기기 시작한다. 잘 버티고 있으니까 무언가에 도전해볼까 싶다. 도전에 성공하면 존버의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실패했다가는 잽싸게 존버의 방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때 도전의 짜릿함을 느낀 사람은 존버로 에너지를 충전한 뒤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존버를 오래 할 수 있는 방법 중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단체 존버다. 주변에 존버인들을 많이 모아 두고, 깔깔대면서 존버들과 웃픈 수다를 떨고 집으로 돌아오면, 더 나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도전을 시도해보고, 만약 실패하면 다시 존버들과 에피소드를 나누자. 다 같이 웃으며 위로해줄 것이다.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하다는 <짝패>의 명대사를 보면, 오래 간 놈이 오랜 시간을 버티며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알 수 있다. 그게 존버의 핵심이다. 오늘도 존버 하자.


-201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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