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를 배운지는 두 달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주짓수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기초 동작도 어설프지만, 주짓수를 하면서 느낀 것이 몇 가지 있다. 주짓수는 굉장히 복잡한데, 한 자세 안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상대의 공격을 막거나 반격할 수 있게 만들어진 스포츠다. 해서 첫 번째 작전이 통하지 않으면 두 번째 작전으로 공격하거나, 그것마저 막히면 다시 첫 번째 작전을 시도하는 척하면서 다른 작전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기도 한다. 나 같은 초보자야 아직 다양한 패턴을 알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지만, 고수들의 스파링을 보고 있자면 마치 두 사람이 어려운 알고리즘을 풀기 위해 끝없는 수싸움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상대의 수를 읽고 반응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경험의 반복을 통해 습득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스포츠를 할 때 느꼈던 재능이나 힘의 우월성에 의존하는 대신 꾸준히 출석해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몸으로 익히고 머리로 이해하는데 시간을 쏟고 있다.
내가 주짓수를 배우면서 감탄한 것 중 첫 번째는 신체의 밸런스를 잘 잡으면 나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사람의 공격에도 일정량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에 기술을 겸비한다면 체급 차이가 나더라도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상대의 항복 사인을 받아내기 위해 관절을 꺾거나 경동맥 등을 조르는 행위 등을 서브미션이라고 하는데,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약점을 잘만 노린다면 체급이 크거나 나보다 고수일지라도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니 나같이 체구가 작은 편인 사람에겐 매력적인 스포츠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연계되는 동작들이다. 스파링을 하다 보면 자신이 불리한 자세에 있거나 서브미션에 걸릴 수도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회피 동작을 하게 되는데, 주짓수에서 그 동작들은 대체로 도망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유리한 자세로 가기 위한 동작처럼 느껴진다. 내 위에 있는 상대를 뒤집어 내 밑으로 깔고 앉는다던가, 꺾일 수도 있는 팔을 중심으로 몸을 한 바퀴 돌려 상대방의 등을 제압한다던가 하는 식의 동작들로 한순간에 전세를 역전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불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더 유리한 상황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가 포인트다. 나는 체육관에서 매일 몇 번이나 뒤집히지만 어떻게 해야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한다.
세 번째는 천천히 거는 기술이다. 현재 체육관에서 내가 최약체이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실력자들에게서 기술을 걸 기회를 제공받곤 한다. 아직 구사할 줄 아는 기술이 몇 개 없지만 배운 것들을 기회가 되는 대로 틈틈이 써보곤 하는데, 한 번에 걸지 못하면 당연히 실패했다고 느낀 나와 달리, 당해주는 입장에서는 거의 걸렸으니 한 번 더 시도해보라고 말하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거의 걸렸다는 말은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말이었고, 나는 그 자세를 유지하면서 허리를 여러 번 더 들어 기술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상대가 눈치채기 전에 단숨에 기술을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다리를 슬금슬금 상대의 등으로 올려 어느 순간 목을 걸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이 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주짓수를 배우면서 놀랄만한 일이 많지만 이 세 가지는 특히나 나의 마음을 울렸다. 강함은 단순히 힘이나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는 것, 넘어지더라도 다음을 위해 넘어진다면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상대를 기절시킬 카운터가 아니라 한 발 한 발 조금씩 나를 유리한 상태로 만들어나가는 것으로도 충분히 승리를 따낼 수 있다는 것이 마치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위에 있는 사람은 유리하고 밑에 있는 사람은 불리하다. 하지만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제대로 기술을 쓸 수 있다면 아래 있는 사람은 단숨에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오 분의 스파링 동안 수십 번을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옮겨가는 사람들을 보며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균형을 잃지 않는다면 오래도록 버틸 수 있다. 넘어지더라도 앞으로 넘어진다면 그것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작은 동작들의 연속은 절대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다. 오늘도 나는 여러 번 넘어진다. 대신, 앞으로.
2020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