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회를 마치고

<그래도 계속해보자는 말 밖엔> 출간회를 마치고

by 주모운


내 첫 산문집 <그래도 계속해보자는 말 밖엔>의 출간회 겸 서른세 번째 생일파티를 마쳤다.
팔십여 명의 손님이 와주고 백 권 이상의 책이 팔렸다. 손님 중에는 생일인 것을 모르고 온 사람도 있었고, 책보다는 생일을 축하해주러 온 사람도 있었다.
이유가 무엇이 됐든 시간을 내서 얼굴을 보러 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기에 나는 그들에게 감동했다.
미처 챙기지 못한 얼굴들도 어렴풋이 남는다. 누군가가 책에 사인을 받으려 기다렸지만 내가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니 사라지고 없었다. 순서를 기다리다 지쳐 발걸음을 돌렸을 그녀의 이름이 며칠 내내 궁금하다.
입장료를 이만 원이나 내게 한 것도 미안한데 누군가는 선물을 사 왔다. 선물을 사 오지 말라 공지를 했기 때문에 선물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이 민망하지 않길 바랐다. 해서 크게 감사를 표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깊게 감사하고 미안했다.
또 누군가는 앞뒤로 일정이 있음에도 얼굴을 비추러 들러주었다. 그들의 바쁜 시간을 뺏은 것 같아 미안했지만 오랜만에 본 얼굴들이 반가워 좋았다.

산문집 <그래도 계속해보자는 말 밖엔>은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다. 누구나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궁금해할 때 나는 꿈에 도달하지 못한 내 삶을 계속해서 기록했다.
누군가는 나에게 한 우물을 파라고 했다. 물이 나올 때까지 집중해서 우물을 파야 한다고. 나는 여러 우물을 파다가 결국 물구경을 못하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대신 물이 없어도 계속 우물을 팔 수 있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손해를 봤다고 해서 그게 모두 실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나는 손톱이 깨지고 목이 말아 붙어도 계속해서 우물을 파는 것이다.
출간회에서 나는 동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무엇을 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을 이뤘는가가 나의 이야기를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겠지만, 계속 진행되는 이야기에도 도전이나 모험이 있다면 흥미는 충분히 존재한다.
나는 여전히 실패가 두렵다. 가난이 두렵고 탈락이 두렵고 타인의 질타가 두렵다. 하지만 가난 뒤에 오는 풍요를 즐길 줄 알고 탈락 뒤에 오는 합격에 희열을 느끼며 타인에 질타를 이겨내고 나를 사랑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실패를 겪어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계속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불행을 꾸준히 헤쳐나가며, 의미로 삶을 지탱하면서. 그래도 계속해보자는 말 밖엔.

keyword
이전 03화주짓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