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를 시작한 지 5개월 됐다. 처음 3개월은 열심히 다녔고 다음 2개월은 열심히 못 했다. 처음에는 체육관 최약체로 매일 땅바닥만 구르다가, 이제 6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나보다 초보자들도 조금씩 생겨 가끔은 탭을 받아내기도 한다.
주짓수는 다른 운동에 비하면 비교적 힘보다는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기 좋은 운동이다. 나보다 훨씬 가벼운 중학생이나 여성 관원들도 나를 쉽게 제압하니, 상대가 타격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호신용으로도 훌륭하다.
관장님은 주짓수를 정말 사랑하시는데 어느 정도냐면 백억을 주고 주짓수 실력을 잃게 된다면 주짓수를 선택하겠다고 하신다(천억이면 고민 좀 해본다고 하셨다, 하하).
백억 받는 대신 연기력을 잃어야 한다면 난 백억 받고 그 백억으로 다시 연기를 배운 다음에 그 돈으로 내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을 것 같지만, 어쨌든 20년 동안 몸소 익히고 수많은 제자들에게 전파한 주짓수를 진심으로 사랑하신다.
관장님은 하고자 하는 말씀을 여러 가지에 빗대어 자주 설명하시는데, 대개 단순하고 너무 분명한 사실들이다.
첫째는 내가 공격할 기술이 있으면 상대도 방어할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공격수가 있으면 골키퍼가 있듯이, 레이업을 하면 블로킹을 하듯이 상대도 나를 막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격이 막히면 그게 잘 훈련된 공격이겠냐는 것이다. 그러니 수비를 뚫을 만큼의 공격을 지닐 필요가 있다는 것이 첫째다.
둘째는 주짓수는 작은 성공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한 번에 기술에 성공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꽤나 많은 기술들이 한 뼘 씩 여러 번 움직이다 보면 공간을 만들고, 그 좁은 공간을 몇 번이고 파고들다 보면 좋은 포지션을 취할 수 있으니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제로 당하는 입장에서 상대가 스멀스멀 올라와 내 공간을 파고드는 걸 알고 막으려고 하면서도 자주 당한다. 한 뼘의 접근도 승리의 일부가 된다.
마지막으로 관장님은 “요즘 잘 돼?” 라는 말로 관원들의 컨디션을 중간중간 체크하시는데, 나는 항상 열심히는 하는데 잘 안 느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관장님은 너무 걱정하지 말고 출석 잘하라고 하시는데,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는 이유가 있다.
나는 하루에 두 시간을 주짓수에 쓰고 있는데, 우리 관원 대부분이 그 정도는 다 한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세 시간, 네 시간, 혹은 여섯 시간을 하는 사람도 있다.
관장님 말씀은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이지, 내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다들 열심히 하니 스파링을 해도 같이 늘어 티가 나지 않아서 그렇지, 관장님이 보시기엔 다들 늘고 있는 게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다음 날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싶어 세 시간을 운동하면서 탭을 한 번 더 받아냈다. 고수에게서는 한 번 더 이스케이프(상대방의 공격에서 벗어나는 행동) 할 수 있었다.
나의 형편이 도통 나아지지 않을 때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하지만 사실은 너도 나도 최선을 다 하고 있고, 우리는 모두 더 나은 상태가 되어 각자의 발전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뒤로 힘들 때마다 나에게 묻는다.
“요즘 잘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