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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Aug 06. 2020

관계의 비밀

내가 힘들 때 나 몰라라 했다고 나쁜 놈이 아니고, 내가 잘 될 때 친한 척 좀 했다고 약은 놈이 아니다.
각자 남 모를 사정이 있기 마련인데 내 사정 좀 몰라줬다고 해서 그들을 원망한다면, 나는 그들보다 무엇이 나은 사람인가.

나 또한 누군가 힘들 때 나도 힘들어 나 몰라라 한 적이 있고, 누군가가 잘 됐을 때 아는 체 좀 하고 다닌 적이 있다.
세상사 한길 한뜻으로 살기엔 너무나도 복잡하고 난처한 상황에 처하고, 우리의 뜻도 살아가면서 수십 번 바뀐다. 그러니 어찌 사람이 기회를 노리지 않고 위기를 외면하지 않을 수 있나.

물론 얄미움을 넘어 독사 같은 인간도 더러 있다.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힘든 일은 쏙 빠져 구경만 하는 인간들. 그런 인간이 꼴 보기 싫다면 단번에 끊어버리면 된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내뜻대로 되는가, 독사 같다며 험담을 한참 퍼부어 놓았더니 그 인간이 나에게 일생일대의 기회를 주는 날도 온다. 쿨하게 거절하고 싶어도 진짜 얻고 싶은 기회면 놓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면 이러려고 그동안 나에게 그리 못 되게 굴었나, 하고 허허 웃는다.

때로는 둘도 없는 이십 년 지기 친구가 애인 좀 생겼다고 내 생일을 잊는 날도 온다. 심한 경우엔 내 주변 친구들에게 내 욕만 하기 바빴다는 소문도 돈다.

그토록 모든 실체를 알 수 없는 복잡한 관계의 비밀을 가진 채 우리는 평생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의 믿음을 주고받기 위해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사람에게 실망할 일을 줄이다 보니 인간관계도 자연스레 좁아지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해놓고 훗날 곁에 친구 하나 없다고 투덜 댈 것도 없고, 이타주의적으로 행동해놓고 나에게 보답이 오지 않는다고 징징 댈 것도 없다.

그저 오는 길 가는 길 지나가는 인생들 받아내고 보내고 치우고 버리고 담고 넘겨가며, 나라는 사람이 이렇구나 하고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오직 나의 삶에 집중하며 타인의 평가와 잣대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야 한다.


 매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나도 행복을 주고 싶어서 더욱 사랑하게 되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살아가는 것이다.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가 바로 사랑이구나’ 하는 마음이 드는 사람의 손을 꼭 잡게 되는 그 날까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 때문에 힘들지 않을 방법이 어디 있으랴. 반대로 사람만큼 나에게 큰 행복 주는 존재 또 어디 있으랴.

 그러니 내가 조금 더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 사랑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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