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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Aug 01. 2020

나나 잘하세요

오늘도  시간밖에 자지  하고 깨어 밤을 지새웠다. 아침 일찍 일이 있기 때문에 다시 잠들기를 포기하고 새로 시작한 시나리오를 썼다.  씬을 마무리하고 밥을 차린  냉동고에 넣어둔 육개장을 끓여 먹었다.   얼린 탓에 질길 거라고 생각한 고기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살이 찔까 봐 탄수화물을 줄이는 버릇이 들어 육개장만 먹고 밥은 그대로 남았다. 밥을 식힌  통에 담아 냉동고에 넣었다.

달력을 보니 팔월이 시작되었다. 칠월에 책을 열심히 팔고 나면 휴가를 길게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시작했으니 언제로 미뤄질지는 모르겠다.

언제 휴가를 가냐는 친구의 질문에 “ 모르겠지만 반려견 공칠이와 일주일 전국 캠핑 같은 것을 다녀오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직장인인 친구는 일주일이나 휴가를 다녀올  있다니 부럽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연차 전부 끌어다 쓰고 주말 껴서 다녀오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직장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  어림도 없다고  친구의 대답이 예상돼 그만두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아파트로 들어간 친구는 이제 월급 받으면 빚이나 갚으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배가 나왔냐는 농담에는 일하다 보면 어쩔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친구의 삶을   없다. 그렇게 살아보지 못했고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을 기대하며 신용카드를 할부로 긁지 못했다. 직장이 없는 탓에 신용이 증명되지 않아 학자금 말고는 대출을 받아보지도  했고, 배가 나오도록 앉아 있어 보지도  했다.

어떤 부분은 부러웠지만 그중에 슬픈 일은 친구의 삶이 어느 정도 결정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앞으로     일을   있는지, 그동안   있는 돈과 앞으로   간은 빚을 갚아가며  아파트에서 떠날  없음을 알고 있었다. 나온 배는 다시 들어갈  없는 것처럼 정해두었고 직장생활 때문에 배낭을 메고 유럽여행 같은  떠날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줄어드는 가능성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단정 짓고, 칠십 년은  살지도 모르는 인생을 남겨두고 남아있는  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안정적이라는 말속에서 인자한 미소를 짓는 친구였지만, 이미 정해진 삶을 사는  같아 기분이 울적했다. 그가 지닌 책임의 무게를 알고 있기에 함부로 자유를 외칠  없지만, 변화가 주는 활력의 힘을 알기 때문에 울적함을 떼어  수는 없다.
그것이 배를 집어넣기 위한  3일의 달리기나, 직장 상사의 미움을 받더라도  휴가를 꿈꿔보는 패기가  지라도 말이다.
물론, 남이사. 나나 잘하세요.  인생이나  챙겨야지. 오늘은 나도 출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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