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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May 17. 2023

다음 누구?

정주리 감독작 [다음 소희]

"힘든 일을 하면 더 존중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이나 한다고 더 무시해."

- 영화 [다음 소희]에서 유진.


닝타임 반정도 지나자 두둥! 배두나 배우 등장.

그때부터가 진짜다.




"이게 현실입니다. 신입생 모집률, 졸업생 취업률.

이걸로 교육청이 평가를 한다고요."

학교 측 항변.

우린 듣고 싶다.

상대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피치 못할 이유에서 그랬을 거라고.

헌데 현실이 어디 그러랴.

우린 왜 겨우 우리 같은 모습에게만 화를 내는가.

사장님에게는 못하고 의원님에게는 못하고

길가의 버려진 깡통에게도, 진작 버렸어야 할 짝 잃은 슬리퍼에게도 안 하면서.

애쓰는 감정노동자인 가장에게. 열심히 하겠다는 사회 초년생에게.

왜 우리는 함부로 하고도 떳떳한 걸까.




우리 집에는 대학이 당연한 코스인 줄 아는 아이와 벌써부터 대학을 안 가겠다는 아이가 있다.

어느 길이든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른다.

너 하기 나름이란 소리는 제발 하지 말자.

우리 소희도 열심히 인정받고 그러면 돈도 벌고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잘해보려 했지만 뜻하지 않자 '이런 일'이나 만들어 누를 끼친 우리 소희.

공부 열심히 하면 세상은 네 품 안에 안긴다던 입만 산 어른들은 정작 필요한 순간에 싹 어디 간 걸까.


우리 소희 일터 벽면에는 실적을 나타내는 막대그래프가 붙어있다.

소름.

어른들은 무얼 알려주려고 꿈나무들에게 부지런히 수학 통계를 배우라고, 자격증을 따라고, 반평균을 올리는 데 일조하라고 가르친 걸까.

구리고 병신 같은 기분이 들 때 어떡하는지는 말 안 해주면서.




얼굴 알만한 배우들이 즐비하니 연기는 믿고 봐도 좋다.

눈물 뽑 드라마로도, 손에 땀을 쥐는 수사물로도, 가슴 뻥 뚫리는 르포로충분치 않다.

자식을 가장 모르는 부모 설정도 선을 지킨다.

대신 학교에서 내일을 꿈꾼 죄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이 떠밀리는 끝을 기성세대로서 바라보기 낯 뜨겁다. 몹시 부끄럽다.

대미도 담백하다.

다음 소희가 발생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게끔, 인생선배라면 한결같이 하는 참으라는 말 대신

"욱하면 (속상한 거 곁을 줄 만한 누구한테라도, 나한테라도 반드시) 말해."라고 충분한 위로를 준다.


정작 위로받을 곳 없는 어른이라 유진은, 운다.




엄마로서 창문부터 열어주고 싶다.

비행기가 뜨기 전 행하는 비상탈출 안내처럼.

사회 문턱을 넘기 전, 우리 꽃 같고 보석 같은 아이들에게 (탈출구라는 표현은 너무 슬프니까) 

사회로 나가면 네 안에 잠자던 창문도 열어두라고.  놔두지 말고 열고 열고 열다 보면.

아주 멀리 서라도 틀림없이 해는 뜨고 바람은 불어오고 너는 살아있다는 것이 생생해질 거라고.

숨지 말고 반드시 열어야 한다고.

안 그러면 네 안에 창문이 있는 줄도 몰라 숨이 막힌다고.


넥스트 소희.

넥스트는 누구?

혹시. 당신이나 나, 설마 우리?

그럼 안되잖아.


커버포함 출처, 네이버 영화 포스터

사회로 나가는 통과 의례가 더 어렵기만 한 우리 소희들 손을 덥석. 우리부터 잡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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