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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엄마처럼
다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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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칸썬
Jul 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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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에 유년기를 보낸 아이들 문제가 글씨 쓰기라고 한다.
학기 초 상담에서 학부모 우려에서 빠지지 않는 부분이 글씨체가 괴발새발이다, 쓰기를 싫어한다, 쓰는 자세가 엉망이다. 등이라고.
작년 담임선생님은 글씨 쓰기를 칭찬세례로 '쓰도록' 이끄셨다.
글씨는 내 얼굴이니 글씨검사 대신 얼굴을 보시며 "더 멋져졌네" 하셨다고.
이번 담임선생님께선 '제대로' 쓰기를 지도하신다.
아이가 도장을 받아왔다.
풀 죽을 아이는 아니니 한숨은 엄마 몫이다.
종일 이 문장이 명징하게 머릿속을 맴돈다.
'다시 하세요'.
참 좋다!
단호하고 날카로운 일침이면서 기회를 주고 지켜보겠다는 회유와 제대로 써야 왕도라는 교훈이 다 들어있다.
이 도장을 파서 나도 찍고 싶다.
나에게, 내 일과에게, 내 책임에게, 내 시간에게.
한 번씩 휘청일 때마다 꾹 눌러 찍어주고 싶다.
질책이나 꾸지람의 '다시 하세요'가 아니다.
재도전해도 괜찮아, 다시 해도 나빠지지 않으니 용기 내보자, 늦었다고 생각될 지금이 적기다.
박수소리의 도장이다.
담임선생님만의 다시 하자 문화 채찍질 방법이 좋다.
다시 하세요.
이 도장을 받은 이후와 받기 전의 아이 공책의 글씨는.
당연히 도장의 힘이 막강하게 발휘되어 있다.
덧붙임.
어제 있었던 초등학교 교사의 비보에 밤새 비통하셨을 분들 많으셨을 것이다.
글을 쓰면서도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괴롭고 부모부터 더 잘해야겠다는 반성을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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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칸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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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문학을 열망하는 에세이를 씁니다. 신간과 신제품 시음을 지나치지 못하면서 올드 정서가 좋은 마릴라 엄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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