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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Mar 06. 2023

미움받을 수 있는 용기

아이가 대여섯 살 즈음.

숫기도 없고 상냥하지도 않고 관심사도 딱히 없어

어디든 보내는 게 주저되었다.

학원이든 생일파티든 모임이든 편치 않았다.

웨이브 머리칼등을 덮는, 뒷모습은 영락없는 20대인 L언니가 물었다.

"자기야. 뭐가 문제야?"


없으면 빌려달라고 할 수 있을까.

싫으면 불편하다고 거절할 수 있을까.

못하면 못한다는 사실을 말할 수 있을까.


이중에서도 소심 여자아이들에게 필요한 용기.

같이 놀자.

나도 놀자.

나도 해도 돼?


엄마는 오직 이것만 바랐다.




둘째는 서글서글해서

준비물 안 챙겨가도 웃으며 하교하고

시험을 못 봐도 신나서 돌아왔다.

어딜 가나 친구를 만들고

서운함을 당해도 툭툭 털었다.

"괜찮아, 괜찮아." 소리가 입에 붙어서

본인에게도 너그럽지만 타인에게도 관대하다.




어른도 사람 관계는 어렵다.

미움 안 받게 적당한 선에서 거절하기.

맞장구치면서 합세하기.

인상 나쁘지 않도록 인사 잘하기.

무엇보다 친절하기.


인간사에 부대껴 피로도가 높을 때.

명심하려 한다.

모두를 내가 좋아해야 내가 선한 사람이란 증거가 아니고

모두가 나를 좋아해 줘야 내가 잘한단 반증이 아니다.

아무리 이상한 곳이라도 마음 붙일 사람 두 명이면 되고

아무리 힘든 곳도 내 편들고 알아줄 사람 두 명이면 충분하다.

그 외의 문화까지 엄마가 조정하려 들지 말자.


한 번은 분식점에서 개구쟁이 하나우리 아이에게 뭐라 농을 걸었다.

순간적으로 옆에 있던 아이 친구가 우리 아일 막아서며 똘망하게 말했다.

"내 친구야. 너, 그러지 마!"


친구야, 멋지다.

그 무기면 세상사 무서울 게 없겠다. 




새 학년 시작, 3월이다.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하기는 어른도 어색하다.

털털하게 "저도 앉아도 되죠?" 하는 넉살이 모두에게 있지도 않고

그런다고 어디서나 환영받는 것도 아니다.


전학 오거나 입학하거나 새로운 기관에서 머쓱하기도 낯설기도 아이들.

눈을 어디에 둘 지 모르는 시기가 지나면.

본의가 다르게 왜곡되기도, 선의를 순수하게 보지 않기도, 이해시킨 줄 알았으나 오해가 지속되기도 한다.

인간이라 그렇다. 그거밖에 안된다.


출처 픽사베이


미움받아도 된다고 위로할 순 없다.

미움받을 용기가 나조차 있다고 자신할 순 없다.

그렇더라도 우린 모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조금 낙심되어도 미력하여도.


시작이니까. 괜찮다.

이제 봄이니까 다 괜찮다.


큰아이가 싱글벙글이다.

"캘리그라프 같이하는 친구가 내 폰번호 물어봤어."

아이도 어엿한 사회인 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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