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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가 박찬선 May 24. 2017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마음의 힘

마음의 힘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이 몸을 다스리고 인생을 지배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미래에는 더더욱 마음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면서 마음이 상하고 깨어지는 경험들이 더 많이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가꾸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일생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난관들을 만나게 되는데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은 큰 난관이 찾아와도 쉽게 극복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심약하고 눌린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낙심하고 주저앉아 버립니다. 사람들과 관계를 단절해버리고 골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자동차는 배기량에 따라 힘이 다릅니다. 가끔 자동차에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다닐 때가 많습니다. 내가 구입했던 최초의 자동차는 배기량이 아주 낮았습니다. 사람을 가득 태우고 에어컨을 틀면 자동차가 언덕을 올라갈 때 힘이 들었습니다.      


“털털털 부릉부릉~”     


엑셀을 아무리 세게 밟아도 힘이 약해 높은 언덕을 올라갈 땐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언덕을 올라갈 때면 항상 에어컨을 끄고 언덕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배기량이 높은 차량을 타고 다닙니다. 사람을 가득 태우고 에어컨을 세게 틀고 높은 언덕을 올라가도 아무런 무리가 없습니다. 액셀을 밟으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언덕을 올라갑니다.      

사람의 마음은 자동차의 배기량과 같습니다. 배기량을 키워야 인생의 난관들을 쉽게 이겨내고 더 행복한 인생을 세워갈 수 있습니다. 몸은 마음이 운전하는 대로 따라갑니다. 신체에 장애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음만 건강하다면 신체적인 콤플렉스와는 상관없이 큰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카툰 작가 중에 지현곤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1961년에 경남 마산에서 출생했는데 7살 때 척추 결핵에 걸려 허리 아래 뼈와 살이 말라붙고 하반신이 마비된 1급 중증 장애인입니다. 이분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학교도 초등학교 1학년 6개월 다닌 것이 전부입니다. 40년 동안 집 밖으로 한 번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이후 마산시 월영동에 있는 단칸방에 엎드려서 평생 만화를 보면서 만화와 카툰을 그린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3월 31일 일부터 4월 26일까지 “가능성으로부터 현실로”라는 제목으로 뉴욕 웨스트 27번가 아크 게이트 갤러리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 초대되었습니다. 거기에 이분의 카툰 작품 80점이 전시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그에게 그림을 가르쳐 준 적이 없습니다. 종이에 볼펜으로 만화책을 베끼고 또 베기며 만화 그리기에 빠져 들었습니다. 할 일이 없어서 하루 종일 만화를 그렸다고 하는데 말이 그렇지 이 분은 마음이 건강하고 의지가 강한 사람입니다. 그는 무려 40년 넘게 이렇게 만화를 그렸습니다.      

그러다 마음속에 있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1990년대 들어서 만화 잡지 독자란에 투고하기 시작했다. 1991년 5월에 제 3회 신인만화 공모전에 카툰으로 가작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1993년 대전 국제 만화 영상전 동상 수상, 1995년 제5회 국제 서울 만화전 대상 수상, 1996년 12월 제3회 운평 만화 대상 카툰 부분 우수상...... 등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습니다.      

지현곤 씨는 하나의 아이디어로 한 점의 그림을 그리는데 보통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작품들은 대부분 셀 수 없는 많은 점과 짧은 선들을 꼼꼼하게 찍어 점묘화처럼 그립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작품이지만 그가 지금까지 그린 그림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지난 2007년에는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작품전시회를 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현곤 만의 작품세계를 보고 감탄과 찬사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생애 첫 개인전이었음에도 지현곤 씨는 개인전이 열리는 곳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그때 그는 독자들에게 이런 인사말을 남겼습니다.      

“한계선상에서 고민하다 노력한 흔적이라도 보여드리자는 심산으로 하얀 도화지 위를 펜 선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의 결정을 보여드리게 되어 보람과 영광을 느낍니다.”     

지현곤 작가님은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해줍니다. 중증 장애를 안고 혼자서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들고 암울할 텐데 오히려 정상인들에게 용기와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는 그의 책 「달달한 인생」에서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육체적으로 멀쩡한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뉴스를 보면 그 육체가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런 포기해 버린 육체조차 염원의 대상이기 때문이죠. 사실 장애인들은 옥상 꼭대기에 올라가서 뛰어내리려고 해도 그렇게 올라갈 힘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현곤 씨가 단칸방에 누워 이렇게 40년 동안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마음에 따뜻한 그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을 표현했고 자신의 마음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한 것입니다. 그는 지금도 마음속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정말 크고 넓고 깊습니다. 마음속에는 온갖 진귀한 보물들이 담겨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것처럼 마음을 보살피고 잘 가꾼 사람들에게는 이 보물이 열매로 맺힙니다.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사람은 가뭄이나 홍수가 와도 흔들림 없는 나무처럼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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