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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니알 키시타이니_경제학의 역사

작은 역사로 살펴보는 입문서

by 안철

[리뷰] 니알 키시타이니, 『경제학의 역사』, 도지영 옮김, 소소의책, 2025.

Kishtainy, Niall, 『A Little History of Economics』, Yale University Press, 2018.

작은 역사로 살펴보는 입문서



1. 개론서는 역사를 다루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개론서에서는 그 대상의 통시적 고찰이 빠지지 않습니다. 해당 주제의 역사를 다룸으로써, 그 변화의 추이를 살펴보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을 대학 시절 교재로 쓰던 한 개론서에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대학 국문학 강의의 핵심이 되는 과목은 국문학사와 국문학개론이다. 국문학사가 국문학의 역사를 시대의 발전에 따라 통관해 보는 종적인 과목이라면, 국문학개론은 전 영역을 넓고 통일된 시야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횡적인 과목이다. 그리고 국문학의 전모를 이들을 통하지 않고 파악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두 과목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 한국문학개론편찬위원회, 『한국문학개론』, 혜진서관, 1991.

국어학개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 다음으로 국어사를 다루는 건 필수입니다.

경제학개론이라고 다를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구성하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대체로 경제학사를 고찰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애덤 스미스로 시작해서, 맬서스와 리카도를 지나고, 마르크스를 찍은 다음 마셜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케인지안과 통화주의자의 전쟁을 다루곤 하죠. 그렇다 보니 이 책은 도움이 크게 됩니다. 20대 중반에는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김영사, 1994)를 읽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었는데요, 아무래도 배경지식이 적었던 그때는 쉽게 읽히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이제 반백 년쯤 살다 보니 이 책은 아주 재밌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이해의 폭이 넓어져서가 아니라, 책 자체가 훨씬 더 쉽고 단순하게 쓰인 덕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정치·경제 시간 이후로는 경제학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고, 그저 조순의 『경제학원론』과 저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시경제학 그리고 미시경제학 책을 한 번 정도 펼쳐본 수준에 불과한 제가 용케도 내용을 따라갈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시리즈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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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문서를 위한 입문서

일본의 철학자 지바 마사야는 자신의 책, 『현대사상 입문』을 ‘입문서를 위한 입문서’라고 자칭했습니다. 그 말의 뜻은 책을 읽으며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현대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책장을 펼쳐봐야 하나는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 기본 개념을 이해시키고 일반인(해당 학문의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박사 학위가 있을지라도 그냥 일반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이 접근하기 어려운 개론서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봤습니다.

그런 면에서 예일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하는 <A Little Hisotry of~> 시리즈는 개론서로 넘어가기 전에 살펴보기 좋은 입문서를 위한 입문서로 보입니다. 이 책까지 포함하면 소소의책에서 9권을 번역했는데요, 현재까지 출간된 14권의 시리즈 중에서 국내에서 팔릴 만한 책은 거의 다 출간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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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를 처음 접한 건 『철학의 역사』였습니다. 작년 여름,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에서 기세가 꺾인 뒤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봄부터는 목차의 도움을 받아서 다시 철학서 읽기에 돌아갈 예정입니다.


다른 책들까지 다 살펴본 건 아니라서 시리즈의 구성이 전부 그렇다고 할 순 없습니다만, 이 책과 『철학의 역사』는 챕터당 학자 1명과 그의 대표 저서를 통해 내용을 정리합니다. 그렇게 40개 챕터로 구성되기 때문에, 챕터당 8페이지 분량으로 제한된 터라 내용이 깊지가 않아서 수박 겉핥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거기다가 과감한 생략과 단순화는 보통 내용의 왜곡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수만을 꽤나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목차에 드러나는 소제목만으로는 누구의 어떤 이론인지 바로 떠올리기 어려웠습니다. 그게 불만이었는데요, 막상 책을 읽다 보니 그만한 소제목도 없겠다 싶었습니다. 『철학의 역사』에서는 챕터 소제목 옆에 해당 철학자의 이름이 쓰여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이 책에서는 그런 배려가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하긴 뭐, 직접 해도 되는 일이니까요. 마르크스와 『공산당선언』과 토마 피케티의 『평등의 짧은 역사』그리고 리처드 세일러의 『넛지』를 빼곤 경제학자의 책을 읽어본 게 없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가, 그나마 세 권이라도 읽은 게 어디냐는 생각으로 바뀌긴 했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독서목록이 생긴 듯한데요, 아무래도 이 목록은 내후년쯤으로 넘겨야 할 듯합니다. 후반으로 가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다 보니, 언젠가는 읽어봐야 할 듯하긴 하다는 욕심은 남습니다.


1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

2 날아오르는 백조: Aritoteles

3 하느님의 경제: Thomas Aquinas

4 금을 찾아서: Mercantilism

5 풍년: Physiocracy + François Quesnay

6 보이지 않는 손: Adam Smith

7 옥수수와 철의 만남: David Ricardo

8 이상적인 세계: Early Commuism_Charles Fourier + Robert Owen + Henri de Saint-Simon

9 먹여 살려야 할 입이 너무 많을 때: Thomas Robert Malthus

10 세계의 노동자: Karl Marx

11 완벽한 균형: Neoclassical economy_William Stanley Jevons+Alfred Marshall

12 태양을 막아라: Protectionsm + Friedrich List

13 전쟁으로 얻는 이익: Imprialism + Vladimir Lenin

14 시끄러운 트럼펫 연주자: Welfare economics + Arthur Cecil Pigou

15 코카콜라 아니면 펩시?: Monopoly_Joan Robinson + Edward Chamberlin

16 계획이 있는 사람: Communist Economy_Ludwig von Mises

17 부를 과시하다: Leisure class_Thorstein Veblen

18 배수구 아래: John Maynard Keynes

19 창조적 파괴: Entrepreneurship_Joseph Schumpeter

20 죄수의 딜레마: Game Theory_John von Neumann + John Forbes Nash Jr.

21 정부의 폭정: Friedrich Hayek

22 빅 푸시: Development Economy_ William Arthur Lewis + Paul Rosenstein-Rodan

23 세상만사의 경제학: Chicago school of economics_ Gary Becker

24 성장: Economic Growth_Robert Solow + Trevor Swan

25 조화로운 경제: General equilibrium_Kenneth Arrow + Gérard Debreu

26 둘로 나뉜 세계: Dependency Theory_Andre Gunder Frank

27 욕조 채우기: Keynesian economics

28 광대의 통치: Public Choice + James M. Buchanan

29 화폐 환상: Monetarism_Milton Friedman

30 미래를 응시하다: Rational expectations_John Muth

31 투기꾼의 공격: Currency Crisis_Paul Krugman + Maurice Obstfeld

32 약자를 구하는 손길: Human Development Index_Amartya Sen

33 나를 알고 너를 알다: Information Economics_George Akerlof + Michael Spence + Joseph Stiglitz

34 깨진 약속 Time inconsistency_Finn E. Kydland + Edward C. Prescott

35 사라진 여성: Feminist economics_Nancy Folbre + Julie A. Nelson

36 안갯속 마음: Behavioral economics_Daniel Kahneman + Richard Thaler + Robert J. Shiller

37 현실 세계 속 경제학: Market design_Alvin E. Roth

38 폭주하는 은행: Financial crisis_Hyman Minsky

39 하늘 위의 거인: Inequality_Thomas Piketty + Tony Atkinson

40 왜 경제학자가 되려 할까?: Economics of climate change_William Nord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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