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다리를 건너 한 바퀴 뛰고 나니
자신감도 생기고 좀 업됐다.
무엇보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아서 좋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코스를 잠깐 얘기하면..
내가 뛰는 곳은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천변이 나 있고,
출발점과 반환점엔 작은 다리가 있다.
양쪽의 천변을 A, B라고 하고,
작은 다리를 각각 가, 나라고 한다면..
지난 주 가던 순서는 가→A→나→B 이다.
이렇게 돌면 타원형의 길을 도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바꿔보려고 했다.
왠지 돌아오는 B길이 조금 언덕인 것 같아
언덕을 피해보려는 욕심에..
사실.. 언덕이라고까지 할 것도 없고,
걸을 때는 경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있는지 마는지’ 하는 길이다.
하지만, 그 약간의 경사가 뛸 때는 다르다.
힘이 배 이상은 드는 것 같다.
때문에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간다면.. B의 경사가 내리막이 될 테고...
좀 더 쉬울 수 있으니...
이번에는 B→나→A→가 순으로 뛰기로 했다.
말하자면...
지난번 코스를 역으로 도는 셈...
예상대로 처음 달리는 건 가벼웠다.
약간의 내리막이 있으니 훨씬 가벼웠다. 하지만.. 이내 평지..
그래도 괜찮다.
약간의 내리막을 경험한 게 어디냐?
그런데... 아뿔사..
‘나’ 다리를 건너고 A천변에 이르니...
꼬불꼬불한 게 경사가 아니던가?
조금만 가다보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을 거라 여기며 몇 번의 커브를 돌았다.
그런데, 커브를 돌 때마다 또다시 오르막이다.
정말 오르막인가?
내가 힘이 들어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닐까?
온 길을 뒤돌아봤다.
아니다.
경사가 있는 게 분명했다.
뒤돌아보니 확실히 앞에 펼쳐져 있는 경사와 다르다.
저 커브를 돌면 내리막이 나오겠지,
오르막은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하지만 나의 바람은 여지없이 깨졌다.
‘가’ 천변은 되돌아오는 길 전체가 오르막이다.
이 길을 갈 때는 내리막 경사라는 걸 몰랐는데,
올 때는 계속 해서 오르막이라니..
결국 나는...
예상의 빗나감과 몸의 피로가 겹쳐..
5km 지점에서 걸을 수밖에 없었다.
걷는 내내 역시나 오르막 경사다.
몸의 건강을 위해 달리려고 하는 건데
조금 편하게 운동을 하려고 생각하다니..
내 꾀에 내가 넘어진다는 것을..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