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을 다 믿을 건가?

by 정소민

제주도에 도깨비도로가 있다.

주변 지형 때문에 내리막길이 오르막길로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도로.


사람들은... 언쟁을 벌이다가도..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하면 뭐든 일단락된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데도...

마치 다인 것처럼...


근대화를 이끈 것도

시각 위주의 감각이 크게 한몫 했다.

그 당시에 미술에서 나타난 원근법은..

철학, 사상, 자본주의까지 영향을 미쳤다.


시각에 대장자리를 내어주고 나니..

자연히.. 후각, 촉각, 미각 등..

인간의 다른 감각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이후 잠깐 동안...

촉각을 중시하는 경향도 있었으나..

이성이 중시되던 때에

촉각은 에로티시즘 정도로 취급받으며 뒤로 물러났다.


지금도 여전히 시각은 우월하다.

그동안 나역시 거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내가 이렇게 앞에서 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정말로 시각, 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


어제 여느 때처럼 달리기를 하러 갔다.

오늘도 안양천변 주위를 돌다 다리를 건너는

타원형 코스를 달렸다.


지난주 달렸을 때를 교훈삼아

이번엔 원래 달렸던 코스로 달렸다.

오르막이라 생각했던 길을...

내리막으로 가기 위해...


근데, 어라?

분명 돌아오는 길이 오르막이라면..

가는 길은 내리막이어야 하는데..

뛰면 뛸수록 오르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번엔 뛰기 초반이다 보니..

체력은 그리 많이 소진되지 않아서..

무난히 뛸 수 있는 곳이었지만 아무래도 이상했다.


지난주처럼 뒤를 돌아다보았다.

돌아보니 내리막처럼 보인다.

이럴 수가...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오르막처럼 보여야 하는데..


눈이 잘못된 건가?

그 어떤 길이든

오르막만 있을 수 없는 것을..


마음의 잘못이다.

내 마음에 힘들다고 지레짐작을 하니..

오르막이라 여겨진 것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보는 것을 다 맞다고 할 수 없다.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오르막이 될 수도, 내리막이 될 수도..


그렇다면..

눈앞에 힘든 것들이 있다고 해도..

착시현상이라 여기며 믿지 말고,

행복한 것이라 마음을 바꾸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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