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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Apr 11. 2023

[세상만평] 고양이 눈





 


일본어에는 ‘고양이 혀’라는 뜻의 단어가 있다. 고양이가 뜨거운 것을 잘 못 먹는 것을 빗대어 뜨거운 것을 잘못 먹는 사람을 네코지타, 즉, ‘고양이혀’라고 부르는 것이다. 고양이는 또 특이한 동공(검은 눈동자) 형상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나 개가 동그란 동공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고양이는 세로 형상의 동공(세로동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시신경에 도달하는 빛의 양을 빠르고 쉽게 조절할 수 있어 밝은 곳에서처럼 어두운 곳에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한다. 


언제나 귀염이 우리 집 양이 ‘마루’, 믿기지 않지만 이젠 노묘라고 한다.



내가 밖에서 모자를 잘 쓰고 있으니 사람들이 얼굴이 탈까 봐 모자를 쓰고 있는 줄 오해를 한다. 사실은 어릴 때부터 동공의 수축이완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서 밖에서 빛을 많이 받으면 의식적으로 얼굴을 찡그리기 때문에 얼굴이 변형되고 주름도 많아져 밖에 나갈 때는 챙이 있는 모자를 쓴다. 안경도 가격을 더 주고라도 변색렌즈로 된 안경을 주로 쓴다. 이런 불편은 밤에도 나타나는데 그것이 야맹증이다. 야맹증은 비타민 A가 부족하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는 데 이것 역시 동공 조절능력과 관련이 있다. 동공이 남보다 적게 확장이 되는 탓에 어두운 곳에서는 잘 볼 수가 없어 거동이 느려지거나 다른 사람의 안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안과 전문의의 판단에 의하면 어릴 때 밖에 많이 나돌아 다니면 밝은데도 다니고 어두운 데도 다니고 해서 동공 조절 근육이 발달하는데 그 과정이 부족했거나 간기능이 약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한다. 


고양이의 눈은 빛에 따라 동공이 세로로 변한다.

 



그런데 가끔 야간에 운전을 하다가 보면 사람 중에도 고양이 눈을 가지고 있는 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때가 많다. 깜깜한 밤에도 자동차의 불을 켜지 않고 운전을 한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서든 다른 차량에서 나오는 빛이 든 아주 작은 빛만 있으면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용하게 운전을 한다.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는 어두운 골목길에서도 깜깜한 차량으로 운전해서 지나가는 운전사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런 분들은 아마도 눈이 세로동공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철저하게 지구를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는 분일 것이다. 자동차도 아마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잠깐 사용하는 것이리라. 아니면 자동차의 스위치에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동공을 조절하는 기능이 약한 나에게는 큰 어려움이 아닐 수 없다. 북유럽처럼 자동차의 전원 스위치를 켜면 자동으로 자동차의 전조등을 포함한 외부 등이 모두 켜지는 장치가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에너지 절약도 중요하다. 지구를 살려야 하고 지속가능화도 필요하다. 특히나 최근에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라 서민들이 어렵다는 얘기가 많아져서 더 절실해졌다. 모두에게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추운 주말 아침에 망상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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