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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 Feb 11. 2023

어린이는 밤에 아프면 안돼요~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요즘 소아, 청소년과 전문의가 줄어든다고 해서 논란이 있다. 의료인력 자체가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그쪽 분야로 지원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고 그쪽 분야를 전공했지만 다른 분야로 개업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대도시 종합병원에서 까지 야간 유아응급실의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옛날에 한의학에 조예가 깊은 분한테 들은 이야기다. 남자 10명 치료하는 것보다 여성 1명을 치료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또 여성 10명을 치료하는 것보다 어린이 1명 치료하는 것이 어렵고, 어린이 10명보다 영아 1명을 치료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여성은 자궁을 갖고 있어 남성보다 변수가 많아 치료하기가 어렵고, 나이가 어릴수록 아픔이나 병의 증상을 잘 표현할 수 없는 점이 있어서 어린이와 말 못 하는 영아는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굳이 병을 묻지 않더라도 훌륭한 진단기기들이 발달해 있어서 어느 정도는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처음에 방향을 잡는 데 있어서 신의(神醫, 진단 없이 척 보기만 해도 병의 여부와 경중을 알 수 있다는 명의를 일컫는다)가 아닌 이상 시행착오와 시간단축을 줄여주는 데 있어서 환자의 증상 설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게다가 남성보다 여성이, 여성보다 어린이와 유아의 치료에 더 많은 심리적 투입이 요구된다고 한다. 아마도 어린이 환자에게는 보호자가 있게 마련이다 보니 더 많은 사람과 상대하면서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는 모양이다. 게다가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표현하고 논의하며, 합당한 결론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익히는데 소홀했기 때문에, 최고의 두뇌집단이 모인 병원에서도 서로 협의하면서 의견을 나누는 문화를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예전보다 어느 정도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병원에 가보면 설명해 주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유아를 동반한 경우 감정노동에 가까운 상황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정반합으로 이어지는 변증법을 굳이 끌어 대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환경처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유기체다. 상황이 좋으면 발전하고 확장되지만 상황이 나쁘면 축소되고 줄어들어 결국 사라진다. 하나가 사라지면 그 자리를 다른 것이 메꾸어 보충하기도 하지만 어느 것들은 메꾸어지지 않고 그대로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유다. 아무리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들고 감소하더라도 산부인과와 소아과, 청소년과는 남아 있어야 한다. 우리가 갑-을의 문화 속에서 돈을 내는 사람이 ‘갑’이라는 헛된 생각 속에서 환자가 오히려 갑의 권력에 도취해 권한을 향유할 때 피해는 엉뚱한 우리의 후손들이 겪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공익적 직업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가 필요하다. 얼마 전까지는 ‘의사’라는 말에 ‘선생님’이라는 존칭이 들어갔었다. 그들은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고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또 돈과 명예보다도 신념과 의미의 소중함을 실천하는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공익적 직업에서 다 동일한 신념을 갖고 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대접을 못 받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지말에서 벗어나 보다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과 애쓴 결과로 우리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현시대에 가성비를 추구하고 비싼 것을 추구하는 배금 사상이 만연해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인 면을 넘어 사회적인 믿음과 지지가 필요하다. 의료 시스템은 병으로부터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보호한다.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혹 그렇게 동의하지 않는 분이 있을 수 있지만 사회전체로는 확실히 그러하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확실히 느끼지 않았는가. 또 그렇게 동의하지 않더라도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지 않는가? 미래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지금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사족) 러시아 시베리아에 갔을 때다. 현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가이드 말에 의하면 러시아 사람의 평균 수명은 남자 68세, 여자 78세로 무척 짧다고 한다. 그 이유가 겨울이 춥고 길기 때문에 많이 먹고 운동을 덜 하는 데다가 남자의 경우 독한 술을 많이 마셔 알코올 중독이 많은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또 특이한 것은 의료기관 중에 우수한 인력과 병원이 모두 모스크바나 상트페테스부르크 등 유럽 쪽에만 몰려 있어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거나 하면 고칠 수가 없어 웬만하면 절단하기 때문에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는다 한다.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우리도 머잖아 인구가 적은 시골에서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을지 모른다. 더 크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안가라강의 글라즈코프스키 다리, 진주대교의 원형을 보는 느낌이다.








바이칼 호수 박물관 근처 해안에서 바라본 바이칼 호수 풍경, 이러한 좋은 풍광이 수명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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