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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재덕후 공PD Aug 12. 2020

아이즈원 –1부- 한∙일 문화역전 아이콘

#아이즈원 #제작위원회 #성공의_조건 #절박함

아이즈원의 상징성

(주의 - 아이즈원 멤버와 노래에 대한 글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문화역전의 상징으로의 아이즈원 이야기입니다.)


  2020년 현재 한일 간 문화역전의 가장 극명한 상징은 무엇일까요?

  아이즈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응? BTS와 블랙핑크 그리고 트와이스가 아니라 아이즈원?”      


  한일 문화역전의 아이콘으로 아이즈원을 꼽은 이유. 아이즈원으로 상징되는 문화역전 현상을 4회에 나눠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한일 문화역전 현상을, 제3차 또는 제4차 한류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죠.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류를 시기별로 구분하는 것에 더해, 1차 2차 3차라고 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우리 콘텐츠가 지닌 보편성이 일본인의 일상 속에 부드럽게 살포시 파고드는 현상의 확대 정도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2000년대 초반 ’ 겨울연가’로 시작된 우리 드라마가 대표적 예가 되겠죠. 처음에는 드라마와 특정 배우를 향한 팬심이 시간을 지나며 더 많은 연기자와 K-POP 아티스트까지 확대되었죠. 그 후 자연스레 한국 여행과 한국 음식, 화장품과 디자인 용품을 중심으로 한 한국 공산품을 넘어 한국적 라이프 스타일까지 확대되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일본인의 일상에 스며드는 한국문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가 일본에서 뜨겁습니다. 정확히 일본 넷플릭스에서 뜨겁습니다. 일본 전체 뉴미디어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진 않습니다. 우리에겐 낯선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가 더 보편적이긴 하죠.

일본에서 인기 있는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는 드라마 순위 Top 10에 장기 랭크 중입니다

  2020년 일본 넷플릭스 유저가 급증한 이유로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의 공헌을 꼽을 수 있어요. 한국 드라마 때문에 넷플릭스를 신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건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일본 내 한국 드라마의 인기 요인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첫째, 한드의 높아지는 경쟁력 

  둘째, 일드의 낮아지는 경쟁력     


  2010년대 이전의 일본은 뿌리 깊은 드라마 왕국이었습니다.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J-드라마가 하나의 독립된 장르였죠. 그랬던 일본이 왜 이리된 걸까요?


  대중문화가 지녀야 할 고유의 미덕은, 시대를 불문하고 존재합니다. 다양한 팬층의 욕구에 맞춘 다양한 경쟁력. 한국 드라마와 K-POP은 이걸 놓치지 않죠. 열성 팬들에게 충족감을 주지만, 일반인들에게도 통하는 보편적 매력이 있습니다. 일본 콘텐츠는 어느새 이걸 잃은 거죠.      

  경제력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일본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드라마와 예능과 영화에 투자하던 시기가 끝났습니다.



제작위원회의 저주     


  최근 10여 년간 일본의 드라마와 영화 또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오프닝 시퀀스가 시작하기 전 반드시 보이는 자막이 있습니다.      

 

  OOO 제작위원회


  제작위원회. 뭔가 근엄하고 진지한 느낌이죠. 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한시적 팀을 만든 것만 같습니다. 역시 일본은 드라마를 하나 만들어도 여러 미디어 전문회사와 투자사가 팀을 만들 정도로 대단하구나.

2019년 일본 최고 히트작. [날씨의 아이] 포스터. 하단에 '2019 날씨의 아이 제작위원회' 표기


  사실은 다릅니다. 한마디로 제작위원회는 콘텐츠 투자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여러 회사의 공동투자일 뿐입니다. 일본 경제가 내리막을 걸을수록, 콘텐츠 투자에도 더욱 신중해졌습니다. 과거 같은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니, 여러 회사가 조금씩 투자해 리스크를 낮추는 겁니다.

  콘텐츠도 확실히 어필할 수 있는 팬층을 겨냥해, 그들이 확실히 티켓을 구매하고 콘텐츠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데 제작역량을 집중합니다. 이건 문젭니다. 적자는 확실히 피할 수 있겠지만, 그게 답니다.


  대박 치는 콘텐츠는 예외 없이 모험 성격이 강하죠. 대중에게 노출되기 전까지는, 과연 성공할지 얼마나 성공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제작위원회는 얼핏 들으면 투자위험을 낮추는 선진 시스템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댑니다.      

  일본에서 더 이상 일본은 과거처럼 드라마와 예능과 영화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아요. 투자를 확실히 회수해야 하죠. 그래서 과감한 모험을 피합니다. 혁신은 대게 모험과 같은 범주의 말이죠. 모험이 없는 콘텐츠는 걸작이 될 수도 히트작이 될 수도 없습니다. 



우익의 사골 멘트      


  2010년대 이후 한국 문화콘텐츠에 기적 같은 일이 연이어 벌어집니다. ‘강남스타일’이 한국 콘텐츠 최초로 유튜브 1억 뷰를 기록했죠. 이제 탑티어급 K-POP 아티스트의 1억 뷰는 뉴스조차 안됩니다. 뉴스 가치가 있으려면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1억 뷰 기록을 경신했느냐 정도죠.


  BTS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두 번씩이나 차지합니다. 그러더니 퀸이 섰던 바로 그 무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성공리에 끝냈죠.

  한국영화인의 칸과 베를린, 베네치아 영화제 수상 소식은 곧잘 들었죠. 아카데미는 머나먼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거머쥐었습니다. 오스카 수상보다 더 멋진 일도 있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죠.      


“아카데미 시상식은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그저 영화제는 로컬 영화제일 뿐”      


  이 말처럼 현재 한국 콘텐츠의 힘을 나타내는 말은 적어도 몇 년간은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배가 아프죠. 이웃 나라의 성공이 배가 아픕니다. 그래서 핑계를 대죠.

  우익의 사골 멘트 몇 개입니다.      


“한국은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줘서 영화와 드라마, 음악이 뜬 거다”

“일본은 그런 비겁한 짓은 하지 않는다”

“한국은 문화를 강압적으로 수출하려는 저열한 나라다”     

“한국은 속이기 쉬운 곳에 마케팅하는 전략이야. 악의를 지닌 채 상대 국가 문화 약탈을 목적으로 과대선전과 강요를 하지. 그렇게 사람들이 속는 거야”



대중문화 성공의 조건


  여러분은 대중적 성공의 조건이 무어라 생각하세요?

  저에게는 ‘절박함’입니다. 이 말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특히 저처럼 대중문화산업계에 있는 분들이면 더더 욱요.      


  어떤 콘텐츠든, 이미 한국시장은 경쟁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목적처럼 되었거든요. 무한경쟁이란 말이 일상이 되었으니까요. 하기야…. 모두 마찬가지네요.


  최근 일본 내 한류의 특징은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했다는 겁니다. 특히 10~20대 청소년이 돋보이죠. 그중에서도 여성 팬덤이 놀랍습니다. 트와이스의 팬층은 초등학생부터 시작합니다. 그들이 자연스레 트와이스의 화장과 패션을 따라 합니다.  

  중고등학교의 문화제(학교 축제) 단골 레퍼토리는 트와이스와 아이즈원입니다. 대학교라면 선 굵은 캐릭터인 블랙핑크 커버를 하기도 하죠.      


  일본은 그리고 일본의 문화콘텐츠는 절박함을 잃었습니다. 절실하고 절박하지 않은 콘텐츠는 감동이 없죠. 일본 청소년의 시선은 자연스레 K-콘텐츠로 향했습니다    

전국 AKB 그룹의 선발 멤버. 2군에 해당하는 멤버와 연습생을 합치면 훨씬 더 많습니다.

  일본의 대표 아이돌은 AKB그룹입니다. 종종 한국 아이돌과 비교되죠. 적어도 현재의 일본인들에게도 AKB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귀여운” 아이돌일 뿐입니다.

  한국 아이돌은 일본인의 감각으로는, 아이돌이 아니라 프로페셔널 아티스트죠. 우리는 자주 아이돌과 K-POP 아티스트를 같은 범주로 생각하지만요.

  일본인, 정확히 청년들에게 AKB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닙니다. AKB는 안타깝게도 진짜 오타쿠들, 그것도 중년 이상의 오타쿠들의 전유물처럼 되었죠.      


  AKB 그룹을 만든 사람은 아키모토 야스시라는 프로듀서입니다. 아키모토는 K-POP에서 ‘절박함’을 보았죠.

  일본에서 사라진 ‘절박함’과 ‘절실함’이 여전히 그리고 펄펄 살아있는 K-POP.

  아키모토 야스시는 한국과 연합해 [프로듀스 48]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콘텐츠의 절박함이 AKB 그룹의 절박함을 자극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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