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깨달음을 얻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
지난주, 제 인생 첫 하프마라톤 대회가 있었습니다.
올해 초 충동적으로 대회를 신청했는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연습은 충분치 못한 채 대회 날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매일 아침 가볍게 조깅을 하며 하루를 열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달린 최장 거리는 10km, 하프 마라톤은 21.0975km, 두 배가 조금 넘는 거리입니다.
완주가 가능할지 또 얼마나 힘들지 전혀 가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긴장은 두려움으로 변했습니다.
혹시 중도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일부러 주변에 “이번에 하프마라톤을 뛴다”라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만들어버린 셈이었죠.
대회 당일, 긴장 탓에 잠을 설치고 새벽 일찍 눈을 떴습니다. “그래,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중간에 포기만 하지 말자.” 스스로 다짐하며 대회장으로 향했습니다.
출발을 기다리면서도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주말 아침 그냥 집에서 늦잠이나 잘 걸 괜히 사서 고생한다는 후회도 밀려왔습니다.
그때 스타팅 라인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습니다.
3, 2, 1
…
출발!
구름 낀 하늘, 선선한 바람. 뛰기엔 좋은 날씨였습니다. 평소에는 차들이 다니던 도로를 두 발로 내달리며 경복궁을 스쳐 지나는 순간, 두려움은 사라지고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3km, 5km, 어느새 10km 지점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절반은 왔다. 이 정도면 완주할 수도 있겠는데?' 자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15km 지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출발할 때부터 시큰거리던 오른쪽 발등 통증이 더 이상 참기 힘들 정도로 심해졌습니다.
'여기까지만 뛰고 포기할까? 지금까지 뛴 것만 해도 내 최장 거리인데…' 그런 생각이 스치기도 했습니다.
“일단 1km만 더 가보자.”
스스로에게 말하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힘겹게 달리기를 이어가던 그 순간, 제 모습이 평소 출근길의 제 모습과 겹쳐졌습니다.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도 없이 느꼈던 회사 내 부조리와 월요일마다 찾아오던 무기력함 속에서 힘들어도 꾸역꾸역 견뎌온 날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해온 걸까?' 스스로도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주인공은 죽기 전 마지막 순간 이렇게 말합니다.
“어쩌면 내가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을 살지 않은 건 아닐까.”
그는 나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삶을 살았지만, 죽음 직전에서 '그것은 진정 자신이 원한 삶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후회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을 이어가며 한 발씩 내디뎠습니다.
“그래, 1km만 더 가보자, 1km씩 쌓이다 보면 결국 완주할 수 있어."
어느덧 20km 지점을 지났습니다.
“이제 남은 건 고작 1km 남짓이다.”
남은 힘을 짜내자 마지막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마침내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습니다.
기록은 2시간 11분 06초.
저의 첫 PB(Personal Best, 개인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그렇게 생이 첫 마라톤 완주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앞으로도 어려움을 마주할 때면, 일단 1km만 더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쌓이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목표에 한걸음 더 가까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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