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기로 하고 원하는 이미지를 상상하던 초보 건축주의 기대는 곧 현실의 벽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내 집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지을 수 있는 게 아니었고, 건축법이라는 규제와 제한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주택을 설계할 때는 전문가들이 건축법을 검토하므로 건축주가 모든 조항을 세세히 파고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기본적인 건축법을 알아두면 불필요한 당황을 줄이고, 건축주로서 의사결정을 내릴 큰 도움이 됩니다. 알고 지은 집은 훨씬 더 단단합니다.
건폐율과 용적률이라는 규정으로 집의 크기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건폐율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물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고,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모든 층을 합친 건물의 전체 면적(이하 연면적)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건폐율 50%, 용적률 117%인 저희 집을 예로 들면, 건축면적 계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지면적: 약 52평
건축면적(건폐율 50%): 약 26평
연면적(용적률 117%): 약 61평
즉, 내 땅이라고 다 쓸 수 있는 게 아닌 '법의 계산기' 안에서 최대 효율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저희 집은 박공지붕 아래 낮은 공간을 활용해 다락방을 계획했습니다. 건축법상 다락방은 천장 높이가 1.5m 이하라면 연면적(용적률 계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덕분에 용적률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아이의 아지트 겸 놀이방 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건폐율을 산정할 때 안마당이나 발코니, 테라스 등이 포함되는지 여부도 헷갈리곤 합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지붕·벽·기둥의 유무에 따라 건폐율에 포함되기도 하고, 제외되기도 하므로 사전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안마당/중정(지붕 無) → 건폐율에 불포함
발코니, 데크: 벽·기둥으로 둘러싸여 있으면 포함.
캐노피(기둥 無) → 건폐율에 불포함
※ 단, 지붕·벽·기둥 등 있을 시 건폐율 포함
일조권이란 집을 지을 때 이웃집 햇빛을 가리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띄워 짓게 하는 규정으로, 주거지역에서는 건축물 높이에 따라 최소 거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저도 대지 면적을 최대한 알뜰하게 활용하고 싶었지만, 일조권 규정 때문에 토지 경계선에서는 50cm, 옆집과 맞닿는 부분은 최소 1m를 비워야 했습니다.
어차피 비워둬야 하는 공간이라면 좀 더 효율적으로 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1m 공간에 집 앞에서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고 문을 내어 생활의 편의를 더했습니다.
집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든 건 아쉬웠지만, 그 제약 덕분에 버려질 뻔한 공간을 오히려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최근 주거 트렌드는 층고가 높은 집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아파트 층고 역시 기존의 2.3m에서 최근에는 2.4m가 일반적이고, 신축 분양의 경우 2.5m 이상도 보입니다.
저도 아파트와 달리 시원한 공간감과 개방감을 느끼고 싶어, 처음 건축 미팅 때는 “층고는 무조건 2.7m 이상 해달라”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건축물 높이 제한 때문에 원하는 만큼 층고를 올릴 수 없었던 겁니다. 천장을 더 높이고 싶었지만, 건축물 높이 제한 때문에 계획을 조정해야 했습니다.
대신 1층은 천장을 마감하지 않고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내 오픈 천장으로 처리해 개방감을 주고, 3층은 박공지붕의 경사를 살려 천장의 높이를 확보했습니다.
제한된 높이 안에서 최대한의 공간감을 확보하기 위해, 설계 단계에서 많은 고민과 조정을 거듭해야 했습니다.
처음엔 편평한 플랫 지붕을 얹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짓고 싶었습니다.
플랫 지붕은 옥상 정원 등 추가 공간 활용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모던한 인상을 줄 수 있어 더욱 끌렸습니다. 그러나 건축물 외관에도 규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주택이 위치한 지역의 경관 규정에 따라 지붕은 반드시 박공지붕 형태로 지어야 했습니다. 박공지붕은 흔히 ‘삼각형 지붕’이라고 불리며, 눈·비가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경사가 진 구조입니다.
막상 살아보니, 박공지붕은 눈·비와 먼지 등 외부 오염 관리가 수월하고,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오래 봐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제약’으로만 느꼈던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주변 주택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우리 집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집을 짓고 보니, 필요에 따라 손을 더 보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도 부족한 공간을 넓히기 위해 옥상 가건물, 간이 차고, 주차장 캐노피 등을 덧붙이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됩니다.
하지만 정식 허가 없이 건물을 개조하면 불법 건축물로 분류되어, 원치 않는 민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불법 건축물은 철거하거나 원상 복구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이행강제금(벌금)이 부과될 수 있기에, 사전 신고·허가를 거쳐 합법적으로 짓는 게 답입니다.
집 짓기는 제약 속에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었고, 오히려 공간을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집은 내 공간이지만 동시에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건축법은 족쇄라기보다,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라 생각합니다.
내 집을 짓는 일이 곧 함께 사는 방식을 고민하는 일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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