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당재 Jul 04. 2020

도가니 집

늙은 아버지와 늦은

점심을 먹는다 장맛비 오는

전주의 오래된 식당인데

식탁은 좁아서 우린 한 식구 같다


혼자 온 사람, 함께 온 사람, 늙은이, 젊은이, 양복쟁이, 츄리닝……

한 그릇의 국밥에 머리를 숙인다

식당의 강아지도 머리를 숙인다


나는 아버지의 수저에 깍두기 한 알을 얹으며

비 내리는 창문에 CT 모니터 속의

아버지의 주름과 갑작스런 나의 실업과

어느새 흘러간 것들을 생각한다


어떤 순간은 기도 같아서

비 긋는 좁은 처마 아래

우린 한 식구 같다

작가의 이전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