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당재 Jul 12. 2020

성당 오빠

아침을 먹다가 그만 사무실로 나왔다
식탁에서 젓가락 끝을 물고 멍 때리는 딸 때문이다.
딸은 얼마 전, 캠프에서 만난
'성당 오빠'를 생각 중이다
아내는 주말인데 왜 출근하냐고 했지만
나는 마감이 밀려서라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딸이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오빠와 접선하는 일


휴대폰에 '카톡'하는 알림 소리가

뻐꾸기시계 소리처럼 들린다
어제는 오빠를 따라 체육고에 갈 거라더니
오늘은 학교 인강도 빼먹고

그냥 멍 때리는 것이다.

나는 제법 봉긋해진 가슴 때문에
딸을 예전처럼 안지도 못한다.


'아빠 출근하신다'

아내의 말에 마지못한 척
딸이 꾸벅, 인사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오빠와

접선을 시도한다.



그놈은 잘 생겼고
그놈은 노래를 잘 부르며
그놈은 기타까지 친다고 했다.     

회사 주차장은 아침부터 열기로 달아올랐다.
내 첫 번째 책 출간이 늦어지는 것도
'성당 오빠' 때문
원고가 잘 안 써지는 것도
'성당 오빠' 때문
새삼스런 나이에 얼굴에 생긴 뾰루지도
'성당 오빠'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사무실에서 양치질을 하다가
'퇴~' 뱉었다.

기분이 좀 좋아졌다.




작가의 이전글 베트남 남부 오토바이 여행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