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나를 다시 찾는 법
이번 주부터 시작된
3번째 상담의 목표는 '나를 찾는 것'이다.
중심을 찾는 것. 자신감을 되찾는 것.
물론 정서조절도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할 텐데.
그것을 잊고, 나를 감추고 숨어드는 순간
내 삶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오랜만에 뵌 선생님은
너의 에너지가 다 어디로 갔냐고,
방향을 잃었을 뿐이었던 힘은 다 어디로 가고,
너의 색은 어디로 다 빠지고,
지금 이러고 있냐고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많이 힘들었을 텐데 좀 더 일찍 오지 그랬냐고.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고,
온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존재만으로 큰 위안을 준다.
친구, 가족, 연인과는 또 다른 형태의 안도감.
전형적인 상담사는 아니시지만,
나를 계속 웃게 하며, 뼈를 자주 때리시는
아주 솔직하신 분이다.
지난 학기에 뭘 배웠냐고 물으셨고,
내가 과거에 받은 상처를 덮어놓지 못하여 현재를 살지 못한다는 것,
2년 동안의 불안의 원인을 찾은 것과
포기를 배웠고, 나를 잃은 것 같다고 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사실, 일주일의 한 번 50분의 이야기가
내 삶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바꾸는 건 내가 해야 하는 것이고
살려면 몸부터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의 만성통증은 항상 내게 움직여야 할 이유를 부여했는데
아프니깐 더 운동하고, 더 많은 것을 했는데.
이번엔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지금까지 애써 무시하고 있던 게
드러난 것이겠지.
운동을 멈추고
근육에서 위로 넘어간 통증에
죽고 싶은 거냐고 물으셨다.
왜 몸을 아끼지 않냐고.
은유의 나라인 심리학은 언제나 비약과 과잉 추정이 함께지만,
사실 지치긴 했었다.
끊임없이 운동하고 치료받길 요구하는
파스로 도배되는 몸에.
외상도 아니고,
나 혼자 느끼는 끊임없이 나를 갉아먹는
이 통증에.
10년 넘게 아팠고,
이 정도면 '왜 나만 아파야 하냐'는 질문에선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나름 통증을 파트너로 잘 수용했다고 생각했건만
여전히 내가 갈 길은 멀고도 멀구나.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이 고민해주실 선생님이 계시니
조금 더 빠르게 나를 되찾기를.
p.s 선생님은 나를 되찾는 길이 '싸가지 없다'는 소리 들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제 한 평생 들어온 말이에요. 요즘 좀 못 들어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