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책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샤 Aug 15. 2022

자살의 전설

실제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 

#자살의 전설 #데이비드 밴 




흡입력이 너무 좋아서

하루 만에 읽었다. 


단편집인지 모르고

시점을 계속 고민하면서 읽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그냥 단편 하나하나를 즐겼을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흥미로웠던 점은

자살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닌 그 아들의 관점이었다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대개 자살자 주변인의 시선은 자주 다뤄지지 않는다고 느꼈는데

이 책은 단편에 따라서 달라지긴 했지만,

대체로

작가이자 화자인 아들 '로이'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읽기 전에는 10년의 집필과 2년여의 퇴고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작가가 자살한 아버지를 소화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을 것을 감안한다면

집필에 걸린 10년은 의외로 짧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뭐랄까,

어느 시점에서는

공상과 실제가 섞이지 않았을까 싶다.

글을 쓰면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덜어낼 수 있었겠지만,

답을 듣지 못한 의문은 계속될 테니깐 말이다.


어디까지가 실제인지는 모르겠다. 

그게 평론가들이 좋은 평론을 남기며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고 

찬사를 보낸 이유겠지만,

작가 자신에게는 어려웠을 것 같았다.


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이며,

그 명확한 구분이 없는 곳에서

'가능할 법하다'는 생각은 계속해서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짐이

혹시 자신에게

미안했을까,

자기 연민에만 미쳐있었을까,

끝까지 부인했을까. 

결말이 아들을 살해했다고 자수를 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끝나는

<수콴 섬>.  

작가는 전부 픽션이었다고 밝혔으나,

실제이길 바란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었쨌든 로이가 자살을 선택할 만큼 힘들게 했으니깐.

그것도 사실이었을 거 같고. 


이렇게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는 점에서

작가의 서사가 소설을 완성한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평단에서도 

계속 언급되지만,

굉장히 냉정하다.

자신에게도, 

가족에게도.





p.44

  어머니가 어떻게 남자를 고르는지 도무지 패턴을 알 수 없었다. 엔젤과 레너드는 서로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남자들은 신기하구나. 이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만나면 다른 사람이야."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나도 남자들은 누구나 가장무도 의상을 입으며, 어딘가에 지퍼가 있다는 식으로 해석했다. 그러다가 문득 언젠가 나도 어른 남자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퍼 문제를 고민했다. 

  

p.52-3

  나는 아버지의 12 게이지 샷건을 장전해 우리 집 창문과 문을 거의 다 날려버렸다. 물론 더없이 극단적인 행동이었지만 그것을 깨달은 것도 나중 얘기다. 

...

그리고 정적. 이윽고 유리가 파도처럼 굽이치더니 수십억 개의 파편으로 쪼개졌다.


  우리 삶에 재등장한 사내는 존 레인이 유일했다. 나는 현관에 앉아 순찰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사실 존을 기대하기는 했다. 

...

"존 아저씨!" 나는 허공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드디어 그가 왔다. 정확히는 우리 집에 출동했다고 해야겠지만.


p.69

  어디 가나 똑같았어. 난 늘 창밖을 내다보며 다른 나무들을 꿈꾸었단다. 고향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몇 년 동안 이방인으로만 살아온 거야. 어디 가도 편치 못했고. 뭔가 잃어버린 기분이었지. 아무튼 너와 함께 이곳에 오니까 뭐든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구나.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

예. 대답은 했지만 솔직히 이해는 못 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왜 이런 식으로 살려고 하지? 로이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p.81

  흐느껴 울면서 아버지는 속삭이듯 혼잣말을 했다. 로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아버지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이유가 뭔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그게 무엇이든 자기 혼잣말에 더 슬퍼지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니깐 스스로를 끊임없이 몰아붙이고 있는 것 같았다.  


p.113

  로이의 꿈도 계속 반복됐다. 

... 낚싯바늘에 걸린 상태에서 당장 총을 맞든 지, 커다란 불개미 통에 들어가든지 선택을 강요받기도 했다. 전자는 빠르지만 목숙을 잃을 수 있었고, 후자는 죽지는 않아도 아주 오랫동안 고통이 이어졌다. 

  아침이면 아버지는 예외 없이 쾌활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p. 278

 기억이란 실제보다 아주아주 풍요롭다. 과거로의 회상은 기억 자체로부터 기억 하나를 덜어낼 뿐이다. 기억이 삶 또는 자아를 세우는 기반인 한, 귀향은 삶과 자아를 제거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MINDFULNES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