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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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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 Nov 16. 2022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내 머릿속에서 원숭이가 뛰놀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에세이 글은 전혀 읽지 않았는데,

변화가 인간의 본성인가보다. 


나무 아래에서 절을 하는 모습의 일러스트와 

제목에 끌려 어느샌가 책을 잡아서 읽고 있었다.


지난 책에 영향으로 명상과 불교에 좀 더 관심이 생겼는데,

마침 이 서양인 숲 속 승려의 책을 읽은 것이다. 


읽을수록 심리학 특히, 

마음챙김은 불교에서 차용된 것이긴 하지만 심리학에덧붙여진 것 없이, 

불교의 교리 자체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주변에 심리학을 하는 분들 대다수가 천주교/기독교 도라는 점에서 

오는 의아함과 즐거움이란. 


이 책의 서평과 같이 '심리서 한 무더기를 읽는 것'보다 이 책이 더 낫다. 


승려가 되기를 선택하기까지, 

승려로서의 삶, 

승려가 아니기를 선택한 삶, 

병에 걸려 통증을 느끼는 삶과 죽음.

훨씬 더 풍부하고 다양한 주제들이 포괄된다.  


 가장 마음이 가는 것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과

친절함 그리고

용서와 화해의 부분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은, 

당장 오늘도 써먹으며 마음을 다잡았기 때문에 

효용성이 매우 높아서이다. 


친절함은,

지난 2년 동안 끊임없이 생각해 온 주제이자

친절할 수 있다면 

친절하기를 선택했으면 하는 마음에서고. 


용서와 화해는,

아직까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를 갉아먹고 

이미 끝난 전쟁에서 아직도 전투태세를 보이는 PTSD환자와 같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가 아직 내려놓지 못한다면, 

누구도 나에게 이 분노를 내려놓길 강요할 수는 없다. 

스스로 내려 놓을 수 있다고 말할 때만이 효과가 있을 테니깐. 


뭐 아직은 아닌가 보다. 

지나가겠지. 



p.36

  결국 우리는 같은 트랙을 계속해서 돌고 또 돌게 됩니다. 그런 삶은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존엄도 품위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목줄을 끊어내기가 쉬울까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물론이지요. 


p.52

  명상을 진지하게 시도해보면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까지 아무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분별 있고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일지라도, 알고 보면 대부분 사고 과정이 이리저리 날뛰는 서커스의 원숭이처럼 제멋대로 오락가락하는 생각들로 이뤄져 있다는 걸 말입니다. 많은 이가 명상을 처음 시작할 때는 마음이 금세 고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p.59

  타낫이라는 중국인 스승이 있었는데, 그만두겠다고 할 때마다 웃으며 위로해주셨지요. 따끈한 두유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거 마시고 한잠 푹 자도록 해요. 당신은 이걸 하려고 먼 길을 왔어요. 어쩌면 내일 아침에는 마음이 바뀔지도 몰라요." 실제로 매번 바뀌었습니다. 부처님이 왜 인생의 무상함을 그토록 강조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힘든 시절조차 영원히 지속되진 않지요. 


p.83

  내가 이 칼을 아무 때나 사용하면 어떻게 되겠나? 플라스틱도 자르고 콘크리트도 자르고 유리, 금속, 나무, 돌까지 마구 자른다고 상상해보게. 날이 금세 무뎌져서 제 역할을 할 수 없겠지. 반면에 나무를 자를 때 외엔 칼집에 꽂아두고 쉬게 하면, 이 칼은 제 역할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겠지. 그것도 아주 오래오래. 


p.96

  누구나 수행을 하기 원한다면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똑똑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어도, 정신적으로 남달리 성숙하지 않아도 승려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오직 선의를 갖고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이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제 마음을 샀습니다. 


p.116

  희한하게도 콘다뇨는 명상과 불교에 관련된 활동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사원 생활의 현실적 측면, 즉 뭔가를 짓거나 만화책을 읽는 등의 활동만 좋아했지요. '완전하게 깨달은 이'라는 뜻을 담은 그의 승명을 생각하면 더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p.119

  더 높은 지혜에 도달하고 싶다면, 신념과 확신을 살짝 내려놓고 우리가 실은 그다지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좀 더 익숙해져야 합니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잘 모른다는 점을 알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는 일이 좀체 없습니다. 


p.123-4

  저는 이 남자에게서 저 자신을 봅니다. 저 역시 확신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딱 저렇게 행동하거든요. '절대 이 생각을 내려놓을 수 없어. 왜냐하면 그게 옳으니까."

...

  우리를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하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부르는 생각들은 내려놓는 순간 힘을 잃습니다. 설사 그 생각이 '옳다'하더라도요. 물론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장 내려놓기 어려운 생각이 결국엔 우리에게 가장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들여다보길 바랍니다. 


p.130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p.134

  '내가 틀릴 수 있어. 내가 다 알지는 못해'라는 생각에 익숙해지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확실하게 행복해질 방법은 흔치 않습니다. 

...

  우리는 걸핏하면 삶이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우리가 계획한 방식대로 마땅히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좀처럼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막연한 관념과 의지대로 삶이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입니다. 


 p.163

  여성은 남성과 똑같은 기회를 누리지 못합니다. 그나마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살짝 나을 순 있지만, 여전히 좋다고 할 만한 수준과는 거리가 멉니다. 냉소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세계의 주요 종교는 어떤 면에서 여성을 억압하려는 목적이 있는 같습니다. 대단히 비극적이라 아니할 없지요. 


p.167

  간단한 동작이지만 우리가 유난히 집착하는 것을 내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보여줍니다. 물건이나 감정, 신념 등 대상은 상관없습니다. 여러분도 주먹을 세게 쥐었다가 다시 손바닥을 활짝 펴보길 바랍니다. 


p.175

  "나티코, 기적이 일어날 여지를 꼭 남겨두세요." 

  그 순간 제가 꼭 들어야 하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잊고 있었던 진실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스님의 말이 옳았습니다. 실제로 저는 모든 걸 통제하려 들고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삶은 외롭고 고달프며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법인데 말이지요. 삶을 좀 더 믿고 맡겨야 했습니다. 삶에서 가장 좋았던 일들은 거의 대부분이 제 계획이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p.176

  "잘 들어보세요.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무작정 믿지 않아야 합니다.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아야 합니다. 현재 상황을 온전히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온 우주가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운행된다는 근본적 진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진실이 뭐냐고요?"


당신이 알아야 할 때

알아야 할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 아디야산티

 

p.177

  이는 살아가는 내내 크고 무겁고 중요한 짐 두 개를 이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에는 과거에 관한 생각이 들어 있고, 다른 하나에는 미래에 관한 생각이 들어 있습니다....

인생에서 좀 더 가까이 당면한 순간,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을 반갑게 맞아보는 겁니다. 짐은 어디 가지 않습니다. 언제든 원할 때 다시 집어 들면 됩니다. 


p.178

  자기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다만 이따금 그 생각에서 벗어나는 데는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짐을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편히 쉬세요. 푹 쉬고 나면 짐을 더 쉽게 들 수 있어요. 


p.179

  그것은 미래가 아닙니다. 우리의 가정이고 추측일 뿐이지요. 확실히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누구도요. 


p.183

  문득 예전에 태국의 스승님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항상 가질 수는 없지만 여러분이 필요한 것은 항상 가질 수 있습니다." 정말로 그랬습니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제가 욕구를 채우려는 집착을 버릴 때마다 그 욕구가 더 쉽게 충족되었습니다. 


p.185

  통제 욕구를 내려놓고 당면한 상황을 의식하려면 불확실성에 직면할 용기를 내야 합니다.

  

p.186

  우리의 무지를 편견으로 가리지 않을 때, 우리 마음대로 앞일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참아낼 수 있게 될 때 우리는 가장 현명해집니다. 삶을 뜻대로 휘두르려고 노력하는 건 끊임없이 흐르는 물살을 맨손으로 붙잡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끊임없는 변화는 자연의 속성입니다. 


p.199

  '우리는 고요함 속에서 배운다. 

  그래야 폭풍우가 닥쳤을 때도 기억한다.'


p.200

  지난주까지 마쳤어야 할 일을 두고 상사가 고함을 치거나 아끼는 사람과 다툴 때처럼, 견딜 만한 풍파라고 해도 괴로울 것입니다. 뭐가 됐든 내면에서 들려오는 가장 큰 비명에 마음을 다 빼앗기게 되겠지요. 하지만 좀 더 평온한 시기에 생각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고 관심의 방향을 선택할 능력을 키웠기에 제게는 아주 믿을 만한 동지가 있는 셈입니다. 


p.219

  네 번째는 뜻밖에도 평온입니다. 평온은 폭넓은 지혜를 다음 감정입니다. 흔히 알아차림이 부르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으로, 부드럽고 총명하며 깨어 있는 상태입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고, 그 모든 일이 순리대로 되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가짐입니다. 


- 부처님의 네 가지 거룩한 마음가짐 중


p.251

  '당신이 바라지 않는 것을 남들에게 주지 말라. 가령, 청하지도 않은 조언 같은 건네지 말라.'


p.255

  하지만 저는 질병에 분노하진 않습니다. 신이나 운명에도 분노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장수를 약속받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인간은 나무에 매달린 잎사귀와 같습니다. 대부분의 잎은 시들어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버티지만, 일부는 여전히 파릇파릇한 초록빛일 때 떨어지지요.  


p.262-3

  이 마을에서는 화장하기 전에 시신을 관에 담아 사흘 동안 거실에 모셔두므로 사람들은 고인이 떠났다는 사실에 이미 익숙합니다. 아울러 냉동되지 않은 시신이 열대의 무더위 속에서 부패하는 과정 또한 죽음을 추상적으로 바라보지 않게 합니다.

...

  머리로 죽음에 대해 성찰했다기보다는 마치 제 육신이 진실을 보고 알아차린 것 같았습니다. 불편한 진실은 그것을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p.266

  "괜찮아. 내가 속한 종파는 술을 마시지 않아." 

  "에이, 뭘 그래." 사촌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알겠어." 

   아잔 파사노 스님은 그를 바라보고는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내가 알겠지."


p.275

  아이는 불가사리를 하나 집어 들어 바다로 던졌습니다. 또 하나를 주워 그것도 바다로 던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한 노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꼬마야, 지금 뭐 하니?"

  "불가사리를 바다로 돌려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얘야, 이 해변엔 수십만은 못 되더라도 수만 마리나 되는 불가사리가 널려 있단다.   

네가 몇 마리 구해 준다고 별 차이가 있겠니?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가사리를 또 집어서 바다로 던졌습니다. 그리고 노인에게 말했습니다. 

  "쟤한테는 큰 차이가 있죠."


p.277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p.284

  서로 고맙다면서 바라보던 두 분의 모습을 저는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평생 사랑하고 존중하며 사는 부모님을 지켜본 것은 제게 비길 데 없는 호사였습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서로를 당연하게 여긴 적이 없었습니다. 


p.289-290

  세상에는 이해의 수준을 넘어선 악이 존재합니다. 제가 지금 이야기하는 건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까지 완전히 마음을 닫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사람과 행위는 얼마든지 분리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 말이 몹시 신경에 거슬리나요? 절대 다시 받아들일 수 없는 누군가가 이미 존재합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화해와 용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차분한 상태에서 그 분노와 미움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누군가에게서 완전히 닫아버릴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적어도 상대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은요? 여러분의 세상은 분명히 더 좁아졌을 겁니다. 


p.290-1

  전쟁에 너무나 집중한 나머지 백기를 보지 못하지요. 하지만 결국에는 전쟁이 끝났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가 되면 이미 너무 긴 세월이 지났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겁니다. 거기에 도달하면 갑자기 굉장히 많은 것들이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갈 겁니다. 

  '전쟁이 끝났다. 백기를 흔들라.' 화해는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다른 사람이 먼저 용서하거나 화해를 청하기까지 기다린 다음 나아갈 순 없습니다. 

  모든 것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끝납니다. 


p.293

  이쯤에서 충고 한마디 하겠습니다. 화난 사람에게 절대로 내려놓으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 말이 통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오히려 상대를 자극할 뿐이니까요. 내려놓으라고 말해야 할 상대는 자기 자신 뿐입니다. 그때만 유일하게 효과가 있지요. 


p.298

  영국인 기자는 국왕에게 서양 기독교의 원죄 개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국왕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불교도로서 우리는 원래의 죄 original sin가 아닌 원래의 순수 original purity를 믿습니다."


p.304

  스님은 삶의 끝자락에 이르렀을 때, 유난히 치명적인 간암을 선고받았습니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했지요. 그런데도 주치의는 스님에게 방사선 치료와 화학요법, 수술까지 포함된 길고 복잡한 치료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의사가 말을 마쳤을 때, 루앙 폰 쭌 스님은 함께 온 승려에게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의사는 죽지 않나 봐?"


p.307

  죽음 뒤에 사라질 그 모든 것을 내려놓거나 적어도 살짝만 쥐고 살아가세요. 영원히 남을 것은 우리의 업이지요. 세상을 살아가기에도, 떠나기에도 좋은 업보만을 남기길 바랍니다. 

...

  당신의 존재가 햇볕처럼 따뜻했습니다. 

  온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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