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책들

나는 언제나 옳다

그래서 .. 누가 옳았나? 흠 그게 중요한가?

by 타샤

#나는 언제나 옳다 THE GROWNUP #길리언 플린




사실 나는 길리언 플린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다.


진짜.. 요새 책을 안 읽기도 했고,

도서관 연체가 풀린 이후 오랜만에 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제목과 책의 길이였다.


운이 좋게도 단편에 진심이자 스릴러의 귀재였던 작가의 영향으로

다시 책을 읽을 예정이다.


이 책은 그냥 말도 안 되게 짧은데

소설만으로 82쪽이다.


그런데 흡입력이 정말 무시무시하다.

단편소설 앞 뒤의 상상을 즐기며 더 써주지 않은 작가를 저주하고,

작가의 머리속을 궁금해하는 나로서는 '여운'이 남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이 책은 여운이고 나발이고

'????' 그래서........ 뭐야 뭐가 진실인데??

물음표만 남는다.


원래 책을 띄엄띄엄 읽어도

플롯을 어느 정도 기억하는 편인데,

이 책은 어제와 같이 생생했다.

또, 2번째로 읽기 시작하고 끝을 냈다.


마일즈든 주인공이든

다른 인물들이든

이 책의 모든 인물들은 의문스럽고

거짓말이 일상이며,

남을 속이는 것에 죄책감이 없어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옳은 것인가?

원작의 제목처럼 그것 '어른 THE GROWNUP'인 것인지,

아니면 역자의 선택처럼 모두가 '나는 언제나 옳다'

혹은 내 선택이 옳다고 믿으면 살아갈 것이란 다짐을 내놓는 것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이 책을 읽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다만, 사실 스릴러의 형태지만

결국, 유사 성매매로 여성이 착취당하거나, 남편의 불법 성매매를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그렇다고 해도 혼외자식을 잘 돌보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얘만 맡겨놓고 출장을 오래 다니면서 성매매까지 그 참 어쩌란 건지.

얘가 있으면 사기치기 좋다고 하는 게 사실 본인이 겪은 아동학대인 건데

왜 주인공의 엄마는 처음부터 혼자였던 건지.

결국, 여자와 아이가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탈출이기도 하고.


스릴러와 거짓말들을 걷어내면 진실도 함께 있다.

이런 식으로 자주 소비되는 플롯들에는

실제 현실 반영이 있다는 것을 까먹지 말기를

이는 익숙해지라는 것이 아니라

잘못됨을 꼬집는 것이다.


당연한 것에 관대할 것이 아니라

왜 당연해졌는가를 봐야 하지않나.


그게 어떻게 이렇게 자주 일어날 수 있지?

왜 그걸 주위에서 냅두는 거지?

전현적인 프레데터였던 김수현이

미성년자인 김새론에게 했던 짓을 알았을 수많은 어른들은 뭘 한거지?

왜 16세 미만의 어린 여아들에게

성인 여성의 옷과 몸짓을 요구하는 것에 경각심이 없지?

왜 범죄의 피해자는 언제나 여성이기에

이슈가 안 되어야 하지?

언제나 말하지만,

여성의 부모들이 이 모든 상황들을 묵인하지 않았으면,

동덕여대와 이대의 시위에 광화문에 반의 반절만이라도 갔었으면

달랐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뭐가 옳았던 지 간에

한 번도 떠나지 못했던 그 마을을 성매매든 아동학대든 그냥 떠나고 싶었든

벗어나는 모습에서 우려와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일상의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면

길리언 플린의 플롯의 플롯의 플롯의 플롯은

당신의 뇌를 쉴새없이 고민하게 만들어

문제 따위는 일단 저편으로 보내버릴 것이다.


추가로, 김희숙 역자의 <길리언 플린, 단편소설의 진화>까지

꼭 읽기를 바란다.

이 짧은 이야기의 의도를 매우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번역서의 제목이 훨씬 와닿는 나로서는

그녀가 번역한 다른 책들도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p.14

그들은 상대 여자가 매력적이지만 헤퍼 보이진 않길 바란다. 예를 들어 평소에 나는 안경을 끼지만 뒷방에서 일을 할 땐 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끼지 않는다. 안경을 끼고 있으면 남자들은 상대 여자가 <섹시한 사서>에 나올 법한 동작을 보여주리라 믿고, 지지 탑 노래의 첫 음을 기다리다가 긴장해버린다. 기다려도 노래가 들리지 않으면 당신이 <섹시한 사서 >같은 행위를 해주려던 참이었다는 생각에 당황하는데, 이러면 주의가 산만해져서 거시기가 서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마는 것이다.


남자들은 당신이 다정하고 명랑하지만 유약하진 않길 바란다. 자기들이 무슨 약탈자처럼 느껴지는 게 싫은 것이다. 그들은 이 일이 거래로 끝나길 바란다. 서비스에 중점을 두길 바란다.


p.21

그들의 말은 항상 이렇게 끝난다. "하지만 난 슬퍼요." 슬프다는 건 대개 시간이 남아돈다는 뜻이다. 진짜다. 내가 자격증 있는 상담사는 아니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슬프다는 건 대체로 시간이 너무 많다는 뜻이다.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말해준다. "뭔가 거대한 정열이 당신 삶에 막 들어오려고 하네요." 그런 다음 여자 손님이 해볼 만한 일을 골라서 얘기해준다. 그들이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낄 만한 일을 골라서. 어린이 멘토나 도서관 자원봉사, 개를 몇 마리 거세해주거나 환경보호 활동을 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조언처럼 건네서는 안 된다. 이게 핵심이다. 경고하듯 말해야 한다.

"거대한 정열이 당신 삶에 막 들어오려고 하네......

조심조심 몸을 사려. 안 그러면 그 녀석이 소중한 걸 전부 다 집어삼켜버릴 거야!"


p.68

수전은 내가 딱 죽었으면 싶을 거예요. 그런 사람이죠. 그게 그 사람이 하는 일이에요. 수전은 문제를 파악하고 그걸 제거해요. 나쁜 쪽으로 아주 노력한 사람이죠."

"하지만 겉보기엔 정말 - "

"조용해 보이죠? 아니, 전혀 아녜요. 아줌마가 그렇게 생각해주길 바란 거죠. 수전은 아름답고 성공한 회사임원이에요. 지배 계층이죠. 하지만 아줌마는 아줌마보다 약한 상대를 등쳐먹고 있다는 느낌을 좋아하잖아요. 아줌마가 우위에 있다는 느낌. 내 말이 틀렸나요? 그게 아줌마가 원래 하는 일 아닌가요? 다루기 쉬운 사람들을 머리 꼭대기에서 조종하는 거?"

엄마와 나는 10년 동안 그런 게임을 했다. 사람들의 동정을 받기 위해 일부러 낡은 옷을 입고 거지 연기를 했다. 그게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이야.


p.69

" ... 그 죄책감을 한번 상상해봐요. 아빠가 수음을 받으러 다녔기 때문에 아들이 죽은 거잖아요.

아내는 가족을 지키려다 살인까지 저지르고 말았어요.

아빠가 수음을 받으러 다녔기 때문에. 그 공포감,

죄책감이란 ....... 아빠는 수전에게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게 되죠. 그게 핵심이에요."


p.76

수전은 나를 꼬드겨 집으로 끌어들인다. 마일즈는 자신만의 암시로 내게 경고한다. 나를 놀려주면서, 이 게임을 적당히 즐기면서. 수전은 이웃들에게 모호한 이야기를 한다. 내가 마일즈를 도와주러 왔다고. ㅇ이제 내가 전직 창녀에 현직 점쟁이라는 진실이 드러나면, 수전은 비참하고 불쌍하고 가련한 여자가 될 것이고 나는 파멸을 가져온 여자가 될 것이다. 살인을 저지르기에 완벽학 공식 아닌가.


p.78

"수전이 알아챘다면서."

"수전은 아무것도 몰라요. 새엄마는 진짜 헛똑똑이예요. 알아낸 사람은 나였어요. 난 항상 아빠 책을 가져 와서 읽거든요. 내가 책에서 아줌마 명함을 발견했고, 책장 여백에 아줌마가 끼적인 메모를 봤어요. 그래서 아줌마 일터에 가봤죠. 무슨 일인지 알겠더라고요. 수전이 한 말 중 일부는 사실이에요. 내가 별나다고 생각하잖아요. 그건 맞아요. 내가 수전에게 이사가기 싫다고, 정말 가기 싫다고 분명히 말했거든요. 그런데도 그 집으로 이사를 해버리잖아요. 그래서 이사한 다음부터 새집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도록 꾸미기 시작했어요.

그냥 수전을 괴롭혀주려고요."


p.81

"하하! 좋은 지적이에요. 그럼 누군가는 아줌마에게 거짓말을 한 거네요. 어느 쪽을 믿을 건지는 아줌마가 결정해야 한다고 봐요. 수전이 또라이라고 믿고 싶으세요, 내가 또라이라고 믿고 싶으세요? 어느 쪽을 믿는 편이 좀 더 마음 편한가요? 처음에 나는 아줌마가 수전을 계속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낫다고 봤어요.

곤경에 처한 내가 처지를 아줌마가 공감해줘서 우리가 친구가 되는 편이 더 좋다고 본 거죠. 정처 없는 길동무, 좋잖아요? 그러다 또 달리 생각해봤죠. 어쩌면 아줌마가 나를 사악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라. 그럼 내가 왜 이 일에 매달리는지 좀 더 이해해줄지도 몰라.......


p.85

여자 전과자가 이용해먹기에, 똘똘한 꼬마 사기꾼보다 더 좋은 게 어딨을까. "무슨 일을 하세요?" 사람들이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야지. "아이 엄마예요." 내가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피해 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 사람들이 나를 다정하고 좋은 '엄마'로 생각해준다면, 신용 사기까지 당겨볼 수 있다.


p.86

아줌마를 협박하는 건 이게 마지막이에요. 약속할게요. 나도 나쁜 놈이 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샤타누가엔 꼭 가야 한다고요! 정말 재밌을 거예요. 맹세해요. 와, 내가 지금 샤타누가로 가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일곱 살때부터 항상 가고 싶었다고요!" 아이는 흥에 겨워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더니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사람들 마음을 끄는 아이였다. 물론 소시오패스 같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정말 호감이 가는 타입이었다. 나는 아이가 마음에 들었다. 이 똘똘한 아이와 함께, 세상 사람들이 책에서나 말하던 그곳으로 가고 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던 이 지역을 마침내 떠나는 것이다.



p.86~87

그러나 내가 실제로 사기를 당했든 아니든, 나는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고 믿기로 선택했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속여서 수많은 일을 믿도록 했던 나다. 그런 나에게도 이번 일은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업적이 될 참이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합리적이라고 나 스스로 믿도록 만드는 것! 옳진 않더라도 나름 합리적인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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