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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숲 Sep 13. 2020

마키 아저씨의 단골 킷사텐 <카르디>

카페 같지만 카페랑은 좀 달라요


화덕 빵 워크숍 날 아침이었어요. 아케미 아주머니가 ‘올리브유가 다 떨어졌으니 사다줘’ 라고 하시네요. 아케미 아주머니의 말에 마키 아저씨와 슈퍼에 갔어요. 그런데 아저씨가 “슬슬 출근시간이구먼~ 커피 한 잔 하고 갈래?”라며 슈퍼마켓 맞은편 카페에 들어갔어요. 알고 보니 마키 아저씨가 매일 아침 식사를 한 뒤 커피를 한 잔 마시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카페였어요. 아침마다 어디 가시나 했는데, 궁금증이 풀렸네요.


이곳은 아저씨의 30년 단골 가게, 킷사텐 (喫茶店) <카르디 (Kaldi)라는 곳이었어요. 킷사텐은 차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가게라는 뜻이에요. 카페인데 카페와는 달라요. 일본식 카페라고 할까요. 일단 주 메뉴가 에스프레소가 아닌 진한 드립 커피고요, 라떼가 없어요. 대신 드립 커피에 우유를 넣은 카페오레가 있어요. 이게 일본식 카페인 킷사텐의 주 메뉴에요. 일본 사람들이 한국 카페에서 카페오레가 없어 당황하면 라떼를 추천해 주세요.


 

킷사텐에서는 커피도 머그잔이 아닌, 소서가 딸린 커피잔에 나와요. 그리고 멜론 아이스크림이 있어요. 색소를 넣은 것 같이 연두연두한 아이스크림이요. 또 파르페, 토스트, 나폴리탄 스파게티 같은 음식도 팔아요. 그리고 왠지 이 진한 커피에 담배를 한대 피워야 할 것 같은 ‘찐한’ 분위기가 포인트에요. 다방 같기도 하고 살롱 같기도 한 오묘한 분위기. 요즘 을지로에 이런곳이 많이 생겼다던데, 맞나요?


 

“마스터가 젊으시네요. 어떻게 30년 단골이 될 수 있죠?” 하고 물어보니 2대째 이어져 내려온 가게라네요. 아하~ 시골 카페라고 얕잡아보면 안돼요. 원두도 철에 따라 다양하게 구비하고 로스팅도 직접 하는 곳이더라고요.



맛이 궁금해 한 잔 마셔봤어요. 한 입 마셔보니 묵직하네요. 에스프레소 커피와는 다른 맛이에요. 오랜 시간 내리는만큼 무거워요.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도 신기해요.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의 손님들이 커피 한 잔 하며 집처럼 편하게 각자 볼일을 보고 있더라고요. 마키 아저씨처럼 자주 오는 단골들같아요. 덕분에 집 근처에 오래도록 매일 출근할 수 있는 단골가게에 대한 로망이 생겼어요. 저도 이제부터 호호할미가 될때까지 찾을 수 있는 가게를 하나씩 만들어 보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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