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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숲 Sep 01. 2020

프롤로그: 일본 시골 요리공방에서 3개월을 지내기까지

아니 여러분, 왜 이렇게 다들 좋으신거에요?

이 이야기는 2012년 약 3개월 간 일본의 한 시골마을에서 지낸 기록이에요.


일본에 시가현이라는 곳이 있어요. 보통은 ‘교토 옆 동네에요.’ 라고 소개를 합니다. 이곳에 몸빼아줌마 요리공방이라는 곳이 있어요. 네, 몸빼바지의 그 몸빼요. 몸빼는 일본어로는 ‘시골’이라는 뜻이래요. 한국어로는 ‘시골 아줌마 요리공방’이 되는거죠. 이 공방을 운영하는 아케미 아주머니의 집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인도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인도 노점에서 일본 카레라이스를 팔던 여인들


아케미 아주머니를 만난건 2012년 초였어요. 당시 저는 인도의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 곳에서 아케미 아주머니를 만났고요. 아주머니 이웃 중에 준코라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이 동네 사람들한테 맨날 ‘인도 좋아요 같이 가요’ 라고 노래를 불렀대요. 여기에 ‘그래 같이 가자’ 라고 한게 아케미 아주머니고요. 그런데 이 준코라는 분이 좀 특이해요. 여행자 거리의 티루파티 라는 노점상에서 일본 카레라이스랑 국수를 만들어 팔자고 했대요. 그런데 아케미 아주머니가 ‘그래 하자’ 라고 한거에요. 돈을 벌어서는 노점상에 다 줘야하는건데도요. 


이 티루파티는 제가 묵던 호스텔 바로 앞에 있었어요. 저는 좋았죠. 아주머니가 만드는 카레라이스가 값도 싸고 맛있었거든요. 미소 장국도 줬어요. 한 그릇에 40루피, 한국 돈으로 1000원 정도네요. 마침 담백한 집밥이 먹고 싶을 때였는데 너무 잘먹었죠.  ‘엄마 밥이다~’ 하고 매일 티루파티에 갔어요. 아마 봉사활동 하던 사람들 다 비슷한 마음이었을거에요. 저녁에 어딨나 하고 보면 다들 거기 가 있더라고요.


띠루파티에서 요리를 하던 아케미 씨.
아케미 씨를 콜카타에 데려온 준코 씨 (왼쪽)는 한국에서 유학을 한 경험이 있어 유창한 한국어로 '와서 카레 먹고 가~'라며 사람들을 부르곤 했어요. 
봉사활동자들이 오밀조밀 모여 일하던 프렘단의 빨래터.


오랜만에 집밥 먹는 기분이 들게 해 주었던 아케미 아주머니의 카레라이스.




두 사람은 콜카타에 겨우 1주일 왔는데 1주일 내내 봉사활동이랑 밥만 만들다 가셨어요. “감사합니다~ 그동안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하니까 아케미 아주머니가 이렇게 말해요.


고맙긴일이 아니라 취미 생활한 건데 내가 만든 음식을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보는  기분 좋거든이런 취미 생활을 해외에서도   있다니 얼마나 근사한 일이니.”


와 멋있다. 사실 인도 노점상은 한국의 노점상 정도로 생각하면 안돼요. 수도도 없고, 깔끔한 분들은 보는것만으로도 ‘히익’ 하고 식겁할 수 있어요. 연세도 꽤 있으신데 취미생활로 여기는 멘탈이라니, 이 분 보통이 아니시구나, 언젠가 또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말로 다시 만나는 날이 왔어요.

인도에 다녀온 후였어요. 한 친구가 인도 사진을 보여달래서 페이스북에 사진들을 올렸죠. 그런데 이 친구는 아무말이 없었어요. 대신 아케미 아주머니랑 인도에서 같이 봤던 준코씨가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이 사진들로 아케미 아주머니 요리 공방에서 사진전을 하쟤요. 동네 사람들한테 인도 가자고 꼬시고 싶다면서요.


처음에는 '에이 말도 안돼' 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사진 작가도 아니고 일본 시골까지 가서 뭐 그런걸 해 하고요. 인도에 가기 전에 백수가 됐던 때라 빨리 돈벌자- 하던 때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 멋진 멘탈의 아케미 아주머니를 다시 보고 싶더라고요. 또 한국 사람이 일본 시골에서 인도 사진전을 한다는게 신기하더라고요. 이런 일을 해 볼 날이 있을까, 싶어서 가게 됐어요. 아주머니네 모내기 날에 맞춰서요.


어찌된 일인지 신문에 실렸어요. 그렇죠, 신기하죠. 왠 한국 사람이 일본 시골에 와서 인도 사진전을 한다는게요.


 한국 사람이 일본 시골에서 인도 사진전을 해봤어요
 

사실 전시는 사진전이라기 보다는 마을 반상회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너무 좋고 재밌더라고요. 분명히 처음 간 동넨데 그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기분이 들 정도로요.


제가 사실은 일본어를 전공했어요. 하지만 일본에서 살아본 적은 없었어요. 그나마 학생 때 3개월 정도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행한게 다였죠. 일본 사람들에 대해 ‘차갑고, 친해지기 힘들다는’ 편견도 있었던 것 같고요. 제가 일본에 대해 아는건 그런 단편적인 기억과 인상 뿐이었어요.


그런데 이곳에 가니까 제가 알던 일본이랑 많이 다르더라고요. 아니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정이 많고 좋지? 하고요.  <카모메 식당> 같은 잔잔한 일본 영화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어요. 이런 곳이 진짜 있구나 하고 신기했죠. 시골이라 그런가? 


그런데 아케미 아주머니 공방을 도와주러 오는 아주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아케미 씨 공방 사람들이 유독 정이 많아요. 같은 시골이라도 일본에 이런데 잘 없어." 라고요. 그쵸, 이건 사람의 힘인것 같았어요. 조금 더 있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여쭤보게 되었어요. 혹시 여기서 머무르면서 일을 도와드려도 될지 하고요.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그래’ 하고 흔쾌히 답해 주셨어요. 저 말고도 전에 이렇게 집에 머물면서 일을 배워간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여유가 있었던건 아니었어요. 인도에 갔다오면서 백수가 된 때였거든요. '무슨 일을 해야하지?' 하고 일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요. 그래도 가보기로 합니다. 아주머니와 마을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었어요. 앞으로의 일에 대해 힌트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렇게해서 아케미 아주머니의 마을에 가게 된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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