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참관을 했다. 내가 속한 협동조합의 업무 외에, 지역 공동체 매거진의 인터뷰였다. 협동조합 동료들 모두가 지역 공동체의 에디터기도 했기에, 처음부터 두 가지 업무가 뒤섞여 있었다.
인터뷰이는 지역에서 가장 핫한 카페의 대표님 두 분.
지역에 내려오기 전 인스타그램에서 카페를 검색해봤을 때 제일 눈에 띄던 곳이었다. 인테리어가 예쁜 것도 그렇지만, 원 데이 클래스나 전시 같은 것도 같이 진행하는 곳은 상주에서 이 카페가 거의 유일했다. 뭔가 조금 특별한 공간같이 느껴졌었는데, 오자마자 마침 인터뷰라니 내가 신이 나 안 나. 약속했던 시간이 되고, 앳된 얼굴의 대표님 두 분이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비타 500을 내민다. 인터뷰하는 우리가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인터뷰이가 음료수를 사 와서 내밀다니, 뭔가 재밌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양해를 구하고 녹취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다시 들어보니, 인터뷰 내내 매미가 징글맞게 울어대고 있었다. 사람 소리, 매미 소리가 뒤엉킨 파일을 며칠 동안 음악처럼 들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누군가가 사무실을 들고날 때마다 인터뷰에 참견하며 말을 거드는 통에, 정말이지 듣기 정겨운 인터뷰가 완성되었다.
[ 도시에 있으면서 '내가 과연 필요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했을 때,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보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많고. 제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또 그 자리에 들어와서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도시라고 생각되거든요. (...) 근데 여기는 반대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구나'라고 느껴요. 예를 들어 오늘 같은 자리도, 제가 만약에 도시에 살았으면 누가 저를 인터뷰하겠다고 연락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여기 살면서 이런 점이 좋은 것 같아요. ]
‘쓸모’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한 이들이었다. 내가 고민했던 부분과 맞닿아 있는 인터뷰이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20대 중반의 젊은 대표님 두 분께 질문을 던졌다.
"만약 친구가 나 지방 내려가는 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얘기해 주실 건가요?"
두 분이 차례로 대답했다.
"얘들아, 이제 기회는 농촌에 있다."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시골에 내려오겠다고 한다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여기서도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고."
지역 살이를 이제 막 시작한 나에게도 도전이 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어쩐지 조금씩 상주에 마음이 열렸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곳에 뭐라도, 내게 의미 있는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주말을 기다렸다가 시내에 나가 카페에 들렀다. 손님이 꽉 차 빈 테이블은 하나밖에 없었고, 커피와 디저트는 맛있었다. 바쁘지만 미소를 잃지 않는 대표님 두 분도 있었다. 기대만큼 근사한 곳이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