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가 물었다.
"몸 쓰는 게 편한 스타일이죠?"
그때 우리는, 축제에 사용할 천막을 함께 옮기고 있었다. 함께 몸을 움직여 일하고 있던 동료의 물음이었다.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첫째, 몸을 쓰는 게 편하다고 하기엔 내가 몸이 둔하지 않나? 둘째, 내가 머리 쓰는 일은 잘 못하게 보이는 건가? 하는 생각이 삽시간에 머리를 스쳤기 때문. 선뜻 대답을 않자 동료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그래서. 나는 차라리 몸 쓰는 게 더 편하거든요."
동료의 대답을 듣고 나서 잠깐 멍해졌다.
'그러게 몸 쓰는 게 더 편하면 어때서. 사람마다 다른 거지. 그게 편하면 어때서.'
그냥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이었는데 괜히 조금 예민해졌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몇 주, 혹 내가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지 못할까 봐 아니 그렇게 보일까 봐 초조해지기라도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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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몸을 쓰는 사람이 되는 건, 내가 서울에서 내려올 때 가졌던 목표 중 하나였다. 내게 지역은 자신의 몸을 움직여 자신이 필요한 것을 만들고, 꾸리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몸을 쓰는 게 편한 사람이라는 말에 다소 날카롭게 반응했다.
아직도 살던 대로 살고,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는... 습관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으니까.
여기 온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목표에 가까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건가. 단순하기도 해라, 갑자기 뿌듯해진다. 그리고 결심해본다. 더더더 몸을 쓰는 게 편한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