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적응은 잘 했어요?"
행사 내내 방방 거리며 뛰어다니고 있는 나에게, 매일 학교에서 짧게 짧게 마주치고 눈인사만 했던 분께서 말을 걸어오셨다.
"뭘 하고는 있는데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도움이 좀 되어야 할 텐데..." 다소 습관적으로 헤헤거리며 겸손을 가장해서 대답했다.
그분이 무심히 말씀하신다.
"잘하는 건... 오래 남아 있으면 그게 잘하는 거예요."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닐 때도 종종 했던 말이다. 일 잘하는 사람도 중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에 오래 남아주는 사람이 더 귀하다고. 그런데 여기서 들은 말은 왜 그 무게감이 다를까.
애초에 내가 지역에 내려올 수 있었던 것도 일할 청년이 없는 지역에, 일할 사람이 넘쳐나는 서울 청년들을 보내주자는 의도의 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사람이 귀한 곳이고, 청년은 더 귀한 곳이다. 오래 남아 있어줄 사람이 필요한 곳이다. 물론 아무나 오시오, 모두가 오시오, 같은 건 아니겠지만.
거의 오자마자부터, 계속 계속 들은 말이 있다.
"6개월 뒤에는 어떻게 할 거예요?"
한 달이 다 되어가니 이제는 질문이 이렇게 바뀌었다.
"5개월 뒤에는 어떻게 할 거예요?"
함께 살고, 함께 지역과 공동체와 학교를 고민할 사람이 필요한 거다 여기는.
번뜩이는 재치보다도, 뛰어난 능력과 재주보다도.
이곳을 함께 지킬 사람이 필요할 거다. 있는 동안은 그런 마음으로 일 할 거다. 남아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