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은 마을 커뮤니티에 가는 날이다.
지역에 내려와 회사에서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고 관련 있는 일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우리가 수요일에 가는 곳은 마을예술가, 줄여서 ‘마예가'라고 부르는 곳이다.
마을예술가는 한마디로 내리기가 어려운 곳, 스스로 정리해놓은 정체성을 정리해보자면.
[ 2012년부터 '하교 후에 가서 놀고 싶은 곳'을 목적으로 마을 어린이들과 놀기 시작했다. (...) 특별한 무언가를 한다기보다는 일상을 함께하며 같이 밥해 먹고 즐길 거리를 찾으며 자유롭게 노는 게 마을예술가, 개미와 베짱이들의 일상이다. 이렇듯 마을예술가는 마을 속 공동 공간에서 함께 즐기며 일상을 예술로 만든다.
마을예술가는 독특하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사업으로 여러 공동체들이 있지만 마을예술가는 그것과는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 (...) 마을예술가는 그 과정에서 재미와 자발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거운 일을 하고 싶을 때 조금 더 마음과 시간을 내는 것이다. 그래야만 생생한 생명력이 유지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떤 수단을 이용하건 나이가 많건 적건, 완성도가 높든지 낮든지,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할 수 있고, 그것을 공감해주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즐거운 공동체가 될 수 있다. 마을예술家에는 그렇게 즐거움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수요일에 이곳에 모이는 아이들은 적으면 3명, 많으면 6-7명 정도.
알아서 놀고 알아서 시간을 보낸다. 도움이 필요하면 우리가 도울 수 있고 함께 할 일이 있으면 모두가 함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같은 공간에서 즐겁게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일방적인 돌봄의 개념이 아니다.
“아이들의 현재, 오늘의 모습으로 봐주세요.”
한 아이 한 아이 각자의 상처와 형편들이 있겠으나, 다른 편견 없이 그냥 오늘 만난 모습으로 그대로 아이들을 볼 것. 내가 처음 마예가에 갔을 때 들은 주의 사항은 이것이 거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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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게 되면서 새롭게 오카리나를 배워보기로 했다. 오카리나를 만들고 연주하는 오리(오카리나쌤의 별명)가 와서 수업을 했다. 앉은키가 들쭉날쭉, 어른과 아이가 사이사이에 빙 둘러앉아 더듬더듬 비슷한 솜씨로 <나비야>를 불었다.
햇빛에 반질반질 까-맣게 탄 얼굴과 팔 다리를 드러낸 아이들의 얼굴이 빛난다. 통통한 볼이 내 어릴 적을 떠올리게 하는 영희가 자기소개를 하는데 옆에서 우희가 그런다. “얘네 엄마 필리핀 사람이에요.” 괜히, 철렁하는 건 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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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까지 함께 먹고 집으로 간다. 오늘의 메뉴는 오므라이스. 아주 느릿느릿, 우리 속도로 요리를 했다. 새로 온 우리 주변을 기웃대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다 요리를 잘 할 거란 편견은 버려~” 괜히 농도 던져가며.
“7인분 볶음밥에 햄은 얼마큼 넣을까요? 파는 요만큼만 썰어 넣을까요?” 오므라이스도 안 만들어 본 요리 초보라, 자꾸 확인을 받고 싶어져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 물음에 대꾸를 해주던 풀빛(마예가 쌤)이 결국 말을 자르셨다. “아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야” 결국 풀빛쌤 다운 답변을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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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오는 아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 목요일에 직접 저녁을 지어먹는다. 초등학교 2-6학년까지. 아이들은 그날을 자치날이라 부른다. 우리가 준비한 오므라이스는 아이들도 자치날에 종종 직접 해먹는 메뉴라고 한다. 자치날에 스스로 밥을 하는 아이들에게도 풀빛은 똑같이 말해줄거다. "하고 싶은거 해봐. 하고 싶은대로 하는거야." 그 말이 주는 위안을 아이들도 잔뜩 누리고 자라나기를.
아이들이 우리가 지단을 붙이는 걸 보며, 자기들도 지단을 잘 부친다는 말에 어깨가 움츠러들려는데 풀빛이 또 특유의 쿨내음 나는 말투로 말씀하신다.
“애들 신경 쓰지 마. 자기들은 자기들 대로 요리 체험하는 거지 뭐.”
식사 준비가 다 되어서 아이들을 불렀다.
아이들이 한쪽 벽에 놓여있는 식사 주머니를 들고 온다. 거기엔 각자의 접시와 숟가락 젓가락이 들어있는데, 식사가 준비 되면 스스로 접시에 밥을 받고 다 먹고 난 뒤에는 직접 설거지를 한 뒤에 다시 주머니에 담아 놓아야 한다. 어리다고 모든 걸 어른들이 해줘야 한다는 것은 마예가에 존재하지 않는 생각이다. 일단 뭐든 스스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요청하면 된다.
초등학교 5학년 윤아가 한 숟가락 먹어보더니 말한다.
“음, 맛있다. 우리보다 오므라이스 잘 하네요.”
고마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래도 맛있다 하니 웃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