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견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 마음
180811
내가 입사한 회사는 신생 소셜벤처다. 창립한 지 4년이 다 되어가니 이 정도면 완전 신생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아직 직접적인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 (입사하고 나서 알았다.) 대부분 국가 지원 사업을 따내거나, 대기업의 CSR 활동을 통한 지원을 받는 것으로 사업을 끌고 나가고 있었다.
어제는 우리 회사를 지원해주고 있는 대기업, 그중 한 동아리에서 견학을 나왔다. 대기업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그분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데 상대 회사 직원이 우리에게 소셜 벤처에 어쩌다 입사하게 되었는지를 묻는다. “사람인 같은 데서 보고 입사하진 않으셨을 거 아녜요!”
모르긴 몰라도 뭔가, 우리에게서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어떠한 사명감 같은 얘기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예민한 걸 수도 있지만 약간 실례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 직원에게 "그 대기업에 어쩌다 입사하게 되셨어요?"라는 질문을 할 일은 없을 것 같거든.) 내 옆자리에 앉은 동료가 대답했다. “전 사람인 보고.” 나도 질세라 대답했다. “전 잡코리아 보고.”
사실 소셜 벤처에 관심이 있어서 지원한 건 아니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소셜 벤처가 뭔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좋은 게 좋은 거란 말이 와 닿는다. 좋아하는 말은 아닌데, 좋은 일을 하는 회사에서 일한 다는 게 좋다는 말이다. 아직은 이 정도로 밖에 표현이 안 되는 소셜 벤처 애송이.
180813
신입 사원이 되고 나서 몹쓸 버릇이 생겼는데, 동료들에게 수시로 징징거린다는 것. 동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 또 다들 잘 받아준다. 분명히 머릿속으로는 '괜찮다, 너무 잘하려고 할 필요 없다' 곱씹고 또 곱씹었지만 부담이 극에 달한 채로 회의에 들어갔다. 회의에서 내가 감당해야 할 것 이상의 무게를 감당하려고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좋게 표현하면 그렇고, 한마디로 오버하고 있다는 말이다.
역시 주말엔 잘 쉬어야 한다. 예전 같지 않다, 체력이. 괜히 체력 핑계.
180816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전에도. 최근 몇 년간 8월 셋째 주 이맘때쯤 나는, 유럽 어딘가에서 고대하던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이전 직장은 여름휴가 일정이 정해진 곳이었다. 낯설게도 올해는 한 여름휴가철에 콕 박혀 서울이다. 오늘 아침 출근할 때 본 하늘이 유럽 하늘 뺨치게 예뻐서 뭔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이런 하늘이라니 서울이라도 좋아.
그리고 오늘,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다. '헐, 아직도'와 '아니 벌써'가 공존하는 기분.
입사 한 달 자축 기념으로 회사 근처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레스토랑에 저녁을 예약했다. 스스로 나의 입사를 축하하는 마음으로.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하니까.
수고했어, 한 달 동안.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은 기분이다.
180820
그럼 나도 알지.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있지. 나도 매일 그래. 급한 마음이 해결해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단 걸 알면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할 때가 있지.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야. 그런데 참 고약한 건, 내 속도로 넘들까지 조급하게 만들어 버리는 짓인데,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스스로 제어가 안될 때 있단 것도 알기야... 알지. 그래 이해하려고 하다면 어떻게든 이해하겠지만, 속수무책으로 그 감정 받이가 되는 사람은 무슨 날벼락이야.
퇴근하는 내 맘이 딱 이렇다. 감정 받이가 되었다고, 스스로 생각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