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콩쿠르 2023 가곡 부분에서 테너 김성호가 불러 우승한 곡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어
만날 길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동심초의 가사다.
우리 큰언니 최애곡이다. 그런데 동심초가 세계에서도 통하다니, 참 신기했다.
김성호의 노래가사의 그리움이 내 가슴속에서 터질 것만 같았다.
테너는 회색 두루마기를 입고 가사에 맞는 쓸쓸함과 외로움의 정서로 관객 마음을 울렸다. 세월의 덧없음과 사랑을 이루지 못한 자신을 나무라는 영혼의 목소리를 잘 표현하였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고 자신은 연약해지고 시간은 덧없이 흘러만 간다.
인생이 쓸쓸하고 외로운 존재인 것은 동서양 모두가 똑같이 공감하나 보다.
관객 모두가 숙연해진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인생의 고달픔을 음미해 본다.
동심초를 좋아했던 큰언니는 나에게 엄마 같은 존재였다. 1950년 6·25 피난 가서 나는 태어났다. 언니는 나를 업고 키웠다. 나는 여섯째로 태어났지만 셋째 언니를 업을 때는 손이 닿지 않아 막대기로 연결하여 업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딸 일곱을 돌보느라 바빴고 내가 여섯 살 때 천국으로 가셨다.
국민학교 입학 때의 일이다. 그때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고 불렀다.
다른 애들은 다 엄마 손잡고 신나게 웃으며 학교에 왔다. 큰언니는 대학생이 되었다. 언니는 학교를 결석하고 나를 입학시켜 주었다. 이대 한복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왔다. 흰 바탕에 바둑무늬가 있고 치마길이는 무릎 정도의 통치마였다. 담임이 내 이름을 부르니까 언니가 나를 이끌어 주었다. 언니는 나에게 정성을 쏟았으나 나는 엄마가 그립고 마음은 여전히 허전했다. 엄마가 없는 세상은 재미도 없고 아무 의미도 없었다.
언니는 우리들을 만나면 눈을 지그시 감고 동심초를 불렀다.
이제 언니는 9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영원한 안식에 가려고 세상 물건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했다. 옷을 정리하는데 그 교복이 나와서 딸에게 물었다고 한다. 딸들은 가져가지 않겠다고 대답하여 서운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하였다. 나는 입학하면서 언니가 입었던 그 교복을 나에게 달라고 하였다. 나에겐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니까. 나도 나이가 들면 딸한테 말할 것이다.
큰 이모가 이 옷을 입고 엄마를 초등학교에 입학시켜 주었는데 가질래? 하고 물으면 딸은 No,라고 할 것만 같다.
인생의 쓸쓸하고 덧없음과 함께
사랑하고
일하고
나를 용서하고
타인을 인정하며
그래도
소망하며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