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평화 Sep 06. 2023

4. 나는 사랑의 빚진 자이다

        부제: 벨기에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22세의 청년이야기

어~ 제목이 이상하네?

나는 빚을 졌는데 돈이 아니고 사랑을 빚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나는 사랑으로 빚을 갚아야 된다는 말이다.


k로 시작하는 k-물(중동지역), k-pop, k-classic, k-food, k-농사, k-문화, k-방산, k-우주, k-football 등 왜 우리 국민들은 못하는 것이 없이 다 잘하는지 가슴이 벅차다. 

나는 요즘 누구한테 미쳤는데 그는 k- 로 시작하는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주인공 중 한 사람이다.


2023년 6월 4일이니까 최근의 일이다.

벨기에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 최우수상을 받은 22세의 젊은 청년 김태한의 이야기이다. 이 대회는 세계 3대 콩쿠르의 하나인데 남성 아시아인 성악가로 콩쿠르 최우수상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의 노래 가사는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표정으로 듣는다. 무겁지 않은 바리톤으로 흔들림 없이 노래가 꽉 차 있고 안정적이었다. 나는 음악가가 아니니까 음악적 해설은 못하고 느낀 대로 좋아할 것이지만 웬만한 사람은 그의 소리가 듣기 좋고 진정성이 있음을 알 것이다.


그가 선택한 베르디의 아리아는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나 그는 프랑스어 판으로 불렀다. 벨기에는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배려하는 마음과 성실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추적했다. 


그의 성실과 배려의 근원을 쉽게 찾아냈다. 목소리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는 교회의 성가 대원이었고 그가 부른 수많은 곡이 인터넷에 많이 나와 있었다. 역시 그의 노래는 오랜 세월을 걸쳐 만들어졌고 그는 매주 찬양으로 성도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그의 노래를 찾아들었고 노래는 나에게 평안과 성찰을 주었다. 


한 심사위원은 그가 소통을 잘했다고 했다. 심사위원 거의 만장일치로 그의 실력을 인정하였다. 조수미는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으며 그에게 말했다. 

“이들과 융합해서 살 수 있도록, 언어능력을 갖고 문화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하며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해요.” 조수미 자신의 경험이었다.


어느 유명한 음악대학 관계자가 한국이 클래식 강국이라 한국인을 연구했다고 한다. 한국인은 감정이 섬세하고 풍부하고 표현력도 아주 좋다고 하였다. 


BTS 멤버 중 RM과 외국인 기자와의 인터뷰가 생각났다.

“한국인들은 뭐든지 죽기 살기로 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1등을 하려고 그러는지?” 하며 비아냥거리는 투로 RM에게 물었다. 

“우리는 전쟁 중으로 산업, 경제 등 모든 기반을 잃어 밑바탕부터 시작해야 했었다.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대충 하다가 보면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어떤 나라는 기본이라는 것도 있었고 또 어떤 나라는 남의 것을 뺏어와 자기 것처럼 시작하는 나라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땀을 흘리고 최선을 다해야만 간신히 이룰 수가 있었다. 그것이 습관이 되었나 보다.”

물어본 외국인기자는 얼굴이 빨개져서 자리를 떴다.


BTS 노래를 듣고 슬럼프를 극복한 베넷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한국 부임은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3월에 부임했는데 하루 4시간 이상 한국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녀의 좌우명은 서로 존중하며 함께 협력하며 사는 것이라 말했다. 


어릴 적 이발소에 가면 밀레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에서 이삭을 줍는 여인들을 보았고 함께 석양과 여인의 인내와 기도를 보았다. 

그 옆에는 푸쉬킨의 시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가 걸어져 있었다.  어릴 적에는 '세상은 나를 속일 수도 있나 보다’고 해석을 했지만, 지금은 세상에 속고 살아온 같다. 그래도 좋다. 과거를 어찌하랴.

이발소 주인은 그런 좋은 그림과 시를 걸어놓았고 우리는 무심코 몇 번은 보고 읽었다. 

내 곁에는 아름다운 문화가 가득 차 있었음에도 문화의 고마움을 몰랐다.


나이가 드니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이 딱 좋다. 

젊었을 적에는 이해와 배려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거의 품을 수 있어 편하다.

임윤찬의 피아노 연주에서 휘몰아치는 광야와 전쟁과 일상의 평온과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시를 들었다. 그전에는 조성진의 피아노에서 쇼팽의 애절한 절규 소리를 들으며 나는 소설을 썼다. 최근 팬텀싱어에 참가한 여러 도전자들의 이야기는 감동과 성숙과 즐거움을 주었다. 노래에 정성을 다하는 그들은 나태한 나를 깨웠다. 


그 사이사이 이런저런 일로 나를 행복하게 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빚진 자이다. 

어려울 때마다 그들과 그들이 만든 열매와 작품은 어두움 속에서 빠져나오는 동기가 되었다.

나는 그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나 갚지 못하여 사랑의 빚진 자가 된 것이다.

나에게 사랑을 베푼자에게 조금이라도 갚으려고 하면 받지는 않고, 너도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사랑을 베풀라는 무언의 말을 듣는다. 나에게 그들의 삶은 사랑이고 예술이고 성찰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자. 따뜻한 이야기는 아직 더 숨어있다.

나는 빚진 것을 갚아야 할 채무가 있다. 그 채무가 나에게 어서 일어나 움직이라고 재촉한다.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3. 철학적 사유로 물리적 축구를 품    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