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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Aug 01. 2020

신혼여행의 의미

해외여행 VS 우리의 추억이 있는 장소   

빚으로 시작하더라도 양쪽 집안에게 금전지원을 받지 않기로 합의했고, 결혼 및 신혼집 준비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싶은지 무얼 포기할지 정했다. 우리는 신혼여행에 있어서 각자 다른 관점으로 의견 차이가 발생했다.

나는 당연히 남들이 주로 가는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고 싶었고 오빠는 우리가 처음으로 여행한 제주도 또는 우리가 함께 완주했던 국토대장정 코스를 되돌아보고 싶다고 했다. 해외여행은 여름휴가 때 가자는 오빠의 말이 그 순간엔 나를 달래기 위한 술수로 느껴졌고 못 마땅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충분히 이해가 갔고 오빠의 말에 설득되는 나의 마음이 원망스러워 더욱 생떼를 쓰고 싶었다.


신. 혼. 여. 행.


단어를 생각하면 왜 석양이 지는 해외 바닷가가 연상되는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인가? 결국 나는 오빠가 제시한 두 개의 의견 중 '제주도'를 선택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가서 오빠에게 한라산 등반을 하자고 했다. 

신혼여행 어디가?


그 결정 이후에는

 "너무 좋겠다. 잘 다녀와"

뉘앙스 대신 사람들의

 '왜?'

라는 질문을 일일이 감당해야 했다.

설명하기 귀찮을 땐 돈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돈이 없다는 얘기를 하면 더 이상의 이유를 캐묻지 않아 편했다.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예전부터 [내 이름은 김삼순] 드라마에서 한라산 장면이 뇌리에 박혀있었다. 대학생 시절, 내 버킷리스트를 더 미루고 싶지 않았고 장학금 받은 걸로 한라산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아쉽게도 그 당시 오빠는 취준생이었기 때문에 면접기간과 겹쳐 나랑 같이 가지 못했다. 한라산을 다녀온 후 오빠에게 거기서 먹은 라면 맛을 잊을 수 없다며 종종 자랑하곤 했다. 언젠가 같이 가자며 오빠를 어르고 달랬는데 그 약속을 신혼여행 가서 지키고 싶었다. 미완성된 드라마를 완성시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2015년에 등반했을 때만 해도 대피소에서 라면을 살 수 있었는데 운영이 중단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우리는 보온병과 컵라면을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올라갔다. 한라산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으니 내가 먹은 라면 중 최고의 맛이었다.


신혼여행은 결혼 준비의 수많은 과정 중 일련의 시련을 극복하고 이루는 아주 극적인 순간이자 부부의 출발점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의 결정이 흔히 생각하는 로맨틱함의 절정과는 거리가 멀어서 많은 이들이 물어본 게 아닐까? 사람들은 러브스토리의 첫 시작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시작뿐 아니라 지속해가는 과정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부부의 성장은 시작이 아닌 과정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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