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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Sep 07. 2020

버티게 하는 것

말에서 나오는 힘

"비싸고 좋은 물건을 살 때 오는 기쁨은 얼마나 지속될까?'

내게도 몇 없는 비싼 귀금속들이 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물건을 사는 그 순간만 행복했다.


어느 날 오빠가 뜬금없이 물었다.

"평화야 누가 선물을 준다면 뭐 받고 싶어?"

장난기가 발동하여 내가 아는 가장 비싼 브랜드를 얘기했다.

"루이비똥"

오빠는 어이가 없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말했다.

"루이비똥은 무슨. 라떼(우리 집 강아지) 똥주머니나 잘 챙겨. 그것도 똥 들어가잖아."

그 말이 왜 그렇게 웃겼는지 모른다. 라떼가 똥을 싸면 오빠가 했던 말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된다.


얼마 전에는 나의 원고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출판사가 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나는 계약을 거절했다.

오빠가 일하는 시간인 줄 알았지만 그 순간 아쉬운 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오빠 잠깐 통화 가능해?"

오빠는 얘기했다.

"응 얘기해."

오빠가 전화 도중 일을 하러 가야 할까 봐 서둘러 이야기했다.

" 출판 거절했어. 솔직히 많이 아쉬워. 그래도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데 1000  가까이 든다는데  원고가  정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나 ."

오빠는 진지하면서도 센스 있게 대답했다.

"원고뿐 아니라 평화는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에요. 너무 비싸 전화 통화도 아깝네요."

우리의 통화는 짧게 끝났고 나는 그 속에서 충분한 위로를 받았다.


오빠는 특별한 날에는 책을 선물로 주는데 우리가 만난 지 3 주년 되는 날에는 [언어의 온도]라는 책을 받았다. 그때 책과 함께 받은 쪽지가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나에게 온도가 있다면 평화의 온도보다 0.5도 높았으면 해.
그래야 평화가 따뜻해하고  
뜨겁지 않아 곁에  
오래도록 있을 수 있으니까    
나의 이 말은 평화에게  
어떤 온도로 느껴질까?
                                                                                                         2019.08.08  
                                                                                                           3주년 전날   


값비싼 물건을 사도 시간이 지나면 별다른 감흥이 없다. 하지만 말은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시간이 지나도 우리에게 추억과 소소한 기쁨을 선사한다.

그 추억과 기쁨들로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고 버티는 게 아닐까?


힘든 순간 나를 위로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말이었음을 이젠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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