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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 많은 유목민 Oct 27. 2024

09. 포기할 수 없는 마지노선

프라이팬에서 나와 불속으로?! 09.

‘사람책과의 대화’의 여운을 기억하면서 취업박람회에도 가보고 다양한 일자리에 관심을 기울였다. 50 플러스센터에서 매칭해 주는 보람일자리, 인턴십에도 기웃거려 봤다. 내가 뭘 하고 싶은 지/뭘 할 수 있을지/뭘 해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언젠가 ‘고수는 뺄셈을 잘하는 사람이다’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우리는 채우고 또 채우며 더하기를 반복하지만, 진짜 고수들은 덜어내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공감이 되었다. 뺄셈을 통해 본질을 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싶었다.      


내가 즐겁게 보람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일, 기존 경력을 토대로 잘할 수 있는 직무, 집에서 출퇴근하기에 체력적으로 무리가 없는 거리에 있는 일터, 지금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비전이 있는 분야 등을 고려해서 이력서를 제출할 곳들을 추려서 지원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정말 공들여서 사업수행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나이가 많아서 그랬는지 서류심사조차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면접시간 내내 분위기는 우호적이었지만 결과는 낙방인 경우도 있었다. 기대를 낮추어 하향지원한 일자리의 경우 합격의 기쁨은 있었지만, 막상 출근해 보면 내가 앞으로 계속 다니기엔 나 스스로 만족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하루 만에 드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의 나에 집착하지 말고 내려놓으라’는 사람책의 조언과 ‘내가 싫어하는 이 요소를 갖고 있는 이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며칠을 보내기도 했다.     

 

고민고민하다가 근로계약서를 오전에 쓰고 오후에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합격 발표 이후 출근을 며칠 앞두고 죄송하다고 연락드리기도 하고. 여전히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곳에 지원했고, 10: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1개월 사이에 면접을 5번 정도 보다 보니 답변 스킬이 좋아졌기도 하고, 나의 커리어에 대해 면접관들은 대체로 어떤 궁금증이 있는지 예상질문이 축적되어서 유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어느새 내려놓는 것이 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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