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 많은 유목민 Jan 31. 2021

마음에도 환기가 필요할 때... ①

# 기승전 여행 02. 케렌시아(Querencia)를 찾아서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을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는 발코니라 좋다. 맑은 공기 들이마시고 새소리 들으며 마음의 창도 활짝 열고 싶어지게 만드는 신비로운 곳. 2018년 5월.



때때로, 아니 어쩌면 수시로... 마음에도 환기가 필요하다.   

   

물리적 환기는 꼭 내가 아니더라도 가능하다. 물론 내가 먼저 할 수도 있지만,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누구든지 공기가 탁하다고 느끼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줄 수 있다.      


그런데, 마음의 환기는 다른 사람이 해주기가 쉽지 않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남이 먼저 알아채기 어렵거나, 나의 상태를 안다할지라도 방법을 모를 수도 있다. 나를 돕겠다고 타인이 어설프게 시도하는 방법을 내가 원치 않거나 싫어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마음의 안쪽에만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누구든지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주어야 다른 사람이 그 마음에 들어가거나 닿을 수 있다는 의미였을 것인데, 마음의 환기에도 이 맥락은 통하는 것 같다.      


그러려면, 내 마음 깊숙한 곳의 손잡이를 터치해서 문을 열어 환기하려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할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잘 쉬어야 용기를 낼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길 것 같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쉬는 것일까? 나중에는 다른 답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는 '케렌시아에서 좋아하는 것을 하기' 정도의 답을 찾았다.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의 스페인어 케렌시아(Querencia)는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게 하는 자신만의 공간이나 그런 공간을 찾으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어쩌면 내가 여행을 너무나 좋아하는 이유가 낯선 곳에서 케렌시아를 발견하고,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즐거움을 느껴서였나보다.            


남들이 용돈을 모아서 쇼핑하는 재미를 느낄 때, 나는 여행을 떠났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오는 마지막 날에는 어김없이 다음 번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는 내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다른 사람과 어떤 주제의 대화를 나누더라도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여행 이야기로 귀결이 되는 ‘기승전 여행’의 행복한 구속.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여행을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니까 너무 아쉽다. 게다가 해외여행은 온라인으로 간접체험에 만족해야 하니 일종의 금단현상 같은 그 헛헛함과 아쉬움이 더 크다.       


최근 나에게 케렌시아 같은 영상, 아주 편히 쉬어가는 느낌을 주는 영상이 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것은 작년 3월말인데 내가 이 영상에 꽂힌 것은 12월이었다. 그 후로 거의 2개월째 수시로 듣고 있다. 다양하고 수려한 자연 경관을 가진 아르헨티나의 모습들, 아티스트의 감미로운 목소리, 따스한 멜로디, 토닥토닥 힐링이 되는 가사까지 정말 훌륭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aRjTppbeFFs

출처 : [MV] 적재 - '바람' 〈트래블러 - 아르헨티나〉 OST Part.5 ♪    


잠시 여기 쉬었다 가세요. 부디 편히.     

잔뜩 짊어진 그 무거운 고민들은 잠시 여기 내려다 놓아요. 다 괜찮으니     

활짝 웃음 지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어느 날 떠나가고 싶은 날에 문득 겁이 나는 건 당연한 거겠죠     

가끔은 그냥 하고 싶은 걸 해 뭔가 좋은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어요     

기억나나요. 지난 시간들이 잊고 있었던 날들 잊혀져갔던 모든 바람들이 어느새     

하나둘씩 떠올라 그댈 반겨줄 거예요     


마음은 쉽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죠     

하지만 먼저 마음을 열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죠     

기억나나요. 지난 시간들이 날 있게 했던 날들 내가 되었던 모든 조각들이 어느새     

나로 다시 태어나 오늘을 반겨주네요     


바람이 불어오는 곳 마음이 향하는 그곳으로     

기억나나요 분명 날 거예요 잊고 있었던 날들     

잊혀져갔던 모든 바람들은 어느새 언제나 마음속에     

가득히 채워져 그댈 항상 반겨줄 거예요     

그대 편히 쉬었다 가세요




정말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멋진 작품이다. 눈과 귀가 호강하는 사이에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대 편히 쉬었다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오늘도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인사가 절로 나온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