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빵이 세 개에 만원

by 드래곤실버

*해당글은 소설입니다.


평일 저녁.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태윤과 서윤은 함께 서윤의 관사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보통 커플이었다면 저녁을 함께 먹는 것부터 데이트의 시작이었겠지만 둘은 평소와 같이 저녁은 생략하고 카페로 향했다.


처음에는 둘도 평일 퇴근시간에 그럴듯한 데이트를 위해서 노력을 했다. 지방 소도시에 회사가 있는 서러움이란. 근처 도시에 있는 큰 카페, 맛집 주말에야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가능했지만 평일 저녁은 어려웠다. 이 동네에서 데이트 겸 저녁을 먹을만한 식당이래 봐야 손에 꼽을 정도였다,


“괜히 회사사람들한테 들키면 곤란하잖아.”


태윤이 말하고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게 들켜봐야 불법은 저지른 것도 아니고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건 주의를 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있는 관사 근처에 카페가 있는데 거기는 회사사람들 절대 안 올걸. 평일 저녁은 다이어트 겸해서 저녁을 먹지 말고 우리 카페에서 시간 보내자.”


서윤의 관사는 시내 쪽과는 반대 방향에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평일 저녁에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자기야. 이거 봐 봐. 여기 빵이 3개 만원이래.”


서윤이 태윤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아귀에서 태윤은 의지와 힘을 느꼈다.


“여기 빵 3개 만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가격하고 종류 상관없이 3개 만원인 건가요?”


태윤의 물음에 카페 알바생은 잠시 빵이 놓인 진열장을 쳐다보았다.


“네 종류 가격 상관없이 3개 만원이에요.”


서윤이 태윤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짜악-


시원한 하이파이브 그다음은 선택 2025! 대선이나 총선은 따위로 만들 진짜들의 고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독자분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둘은 저녁을 먹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 상황에서 탄수화물 천지의 빵 진열대는 참으로 위험한 장소였다. 단팥빵, 소보루, 명란바게트, 피자빵, 모카빵, 밤식빵 -- 등등.


“생각보다 빵이 많네.”


서윤이 말했다. 카페에서 먹는 빵이라면 역시 달달한 디저트류의 빵이겠지만 저녁을 먹지 않은 지금은 식사 대용의 짭짤한 빵 또한 먹고 싶은 상태였다. 그렇게 서윤이 어떤 빵을 먹을지 테마를 고민하는 동안 태윤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우리 다이어트 중인데 빵을 먹어도 되는 걸까. 그냥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는 게 더 나은 거 아닐까?’


태윤의 시선이 흔들렸다. 건강에 대한 이성적인 생각이 명란 바게트의 짭짤함에 의해서 함락되고 말았다. 창 밖에서는 힘내라 오태윤!이라고 응원을 해봐도 이미 대세는 기울고 말았다.


“2만 원은 너무 많지?”


태윤이 말했다.


“그건 너무 많지. 3개만 고르자.”


태윤의 통 큰 제안은 서윤의 죄책감을 완화해 주었다.


“그럼 자기 1개, 나 1개, 공통으로 이거 양 많은 식빵하나 해서 먹자.”


그렇게 식빵, 명란바게트, 모카빵이 골라졌다.


“그럼 빵 하고 음료 두 잔 준비되면 진동벨로 알려드릴게요.”


‘드디어 끝났네.’ 알바생의 안도의 한숨을 쉬고 그런 괴로움을 모르는 둘은 카페 2층으로 올라갔다.


“평일이라 그런가 사람이 별로 없네.”


“여긴 휴일에도 사람 별로 없어.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오해한다고.”


둘은 늘 앉는 창가 쪽 소파 자리에 앉았다.


“배고프다.”


“오늘 점심이 별로였지?”


작고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지고 진동벨이 울렸다. 태윤은 1층으로 내려갔다. 오늘 회사에서 이것보다 기분 좋게 움직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룰루랄라 거리면서. 그렇게 1층으로 내려가던 태윤은 시야에 아는 얼굴이 나타났다.


백민규는 20대 후반의 나이로 태윤과는 같은 성과관리팀에서 일하고 있다.

태윤과 서윤의 1년 회사 선배로 착하고 성실하긴 하지만 오타쿠적인 면모를 많이 발산하는 인물이다.


"태윤아. 안녕."


민규가 태윤을 보고 작게 손을 흔들었다. 트레이에는 소보루 빵이 하나 있었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주마등이 스친다고 한다. 이는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과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생긴 일인데. 지금 태윤이 그런 상태였다.


"어 안녕 형."


태윤은 진동벨을 든 손을 재빠르게 흔들며 생각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 거지? 말을 안 해도 되는 걸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말을 해야 하나. 말 안 한 것 때문에 형이 기분 나빠하는 건 아닐까. 아니 애초에....


‘형이 왜 카페에 온 거지?'’


태윤이 알고 있던 민규는 커피도 마시지 않고 카페에 가는 것도 싫어했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은 마시는 거에 너무 돈을 많이 쓴다는 것 같다는 이야기와 이상한 역사이야기(조선 왕 중에서는 고종이 커피를 좋아했다는 등)를 늘어놓곤 했다.


"형이 카페에는 웬일이야? “


"아. 여기 빵이 세 개 만원이라고 그래서. 왔어."


‘역사나 그런 거였어.’ 태윤은 속으로 생각했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태윤이 카운터 쪽으로 진동벨을 건네며 말했다.


"네가 서윤이하고 하이파이브한 다음 명란빵을 보면서 고민할 때부터 있었는데."


"그럼 처음부터 있었던 거잖아!"


“방해하면 안 되는 분위기 같아서. 나도 그 정도의 사회성은 있어.”


민규가 말했다.


“그럼 2층에 서윤이도 있는데 같이 차나 마시자 형. 할 말도 있고”


“그래. 일단 빵부터 고르고. 지금 중요한 순간이야.”


태윤의 속은 모르고 민규는 날카롭게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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