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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Jun 11. 2024

아니 사실 하나도 안 괜찮아

괜찮은 척도 못하겠어



1.

괜찮은 척, 멀쩡한 척 살아봤지만 사실 하나도 안 괜찮다. 매일매일 괴롭다. 


2. 

아마도 내일 연재는 못 지킬 수도...? 아마도...? 쓸 주제는 다 정해놨고 말 그대로 쓰기만 하면 되는데,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 글을 쓰는 데에도 최소한의 마음의 체력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3. 

회사 때문에(정확히는 회사에 있는 사람 때문에) 막 화내다가, 결국은 항상 같은 결론으로 귀결되고 마는 것이다. 내가 회사에 적응을 못하는 건가? 내가 회사에 안 맞는 사람인 건가? 그러면 또 한없이 안으로 안으로 침잠하는 정신세계. 이 정도는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가? 이 정도는 내가 참아야 되는 일인가? 그런 정말 무의미하고 정신에 해로운 고민만 잔뜩 하고 있다. 


4.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좋게 좋게, 웃으면서 넘어가라는 조언을 정말 많이 들었다. 난 그게 안 된다. 좋지가 않은데 어떻게 좋게 넘어가? 내 업무를 무시하고 내 권한을 무시하는데? 나는 도저히 못하겠다. 좋게 좋게 넘어가는 거. 그거 아주 어릴 때부터 못했다. 


5. 

고등학생 때, 담임 선생님이 집안이 저소득층이어서 지원금 같은 걸 받는 애들을 반 애들 다 있는 교실에서 호명해서 확인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리스트에 해당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가정환경에 대해, 그 정보를 갖고 있는 교사가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한다고? 정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생각에서 끝낸 게 아니라 그날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한테 말했다.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대답이 정확히 생각나진 않는데 넌 해당되지도 않으면서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제 엄마랑 전화하면서 내가 회사에서 겪었던 일들을 토로했더니 엄마가 갑자기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더라. 엄마는 기억 못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 'ㅇㅇ아, 넌 그런 아이잖아.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잖아.' 그래, 난 그런 사람이었다.


6.

어쨌든 오늘은 미쳐서 날뛰지 않고 조용히 회의 마무리했다. 나로선 그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성취였다. 이번주는 마음수행한다는 생각으로 견뎌야 할 것 같다. 이런 글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 글은 어쩌면 나중에 지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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