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상반기 돌아보기
순식간에 2023년 상반기가 지나갔다. 한 3월까지는 나름 알차게 살아왔던 것 같은데, 4월부터 어어 하다가 5월~6월은 눈 감았다 뜨니 지나가 있더라. 솔직히 그럴싸한 목표 같은 건 이루지 못한 6개월이었다. 변명해 보자면, 이벤트가 많았다. 연초에는 이사 준비+n년만에 이사하느라 말 그대로 정신이 없었다. 수년간 버리지도 않고 징하게 모아두었던 물건들을 처분하고, 새 가구를 사고, 배치하고, 짐 정리를 하는 일련의 활동들은 정말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지금은 어찌저찌 정리를 마치고 꽤 편안한 방에서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지..
4월에서 5월에는 사실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다. 이력서를 써보기도 하고, 이직을 고민해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다니던 회사나 잘 다니자 하는 자포자기 상태가 되긴 했지만, 어쨌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고민은 앞으로도 (아마) 계속될 것 같다.
그리고.. 6월에는? 6월에는 정말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 5월까지 계속됐던 내 인생에 대한 고민을 때려치우고 그냥 멍하니 덕질을 열심히 하며 보낸 것 같다. 나에게 덕질은 현실 회피 용도의 달콤한 취미활동 같은 것이라, 덕질에 몰입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게 좋은 사인은 아니라는 걸 스스로도 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도무지 집중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라는 것도 있는 법이다. 어쨌든 그렇게 6월까지 보내고 나니 상/하반기로 나뉘어있는 일력의 반절이 뚝 끝나더라. 그렇게 내 2023년 상반기가 다 지나갔다.
뭐 대단한 성취를 이룬 것도 없으니, 책이라도 많이 읽었을까? 웬걸, 22년에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의 책밖에 읽지 못했다. 책이란 게 참 신기한 게,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으면 잘 안 읽힌다. 또 책보다 더 재미있는 다른 취미생활이 있으면 손에 잘 안 집힌다. 지난 상반기에는 회사를 계속 다닐지 말지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많았고, 덕질로 불태운 시간도 너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시간이 감소하고 말았다. 특히 지난 몇 주는 요즘 핫한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어보려고 펼쳤다가 몇 줄 읽고 덮고 하길 반복했다. 정말 집중력을 도둑맞아 버린 모양이다ㅎ
어쨌든, 2023년 상반기에는 총 8권의 책을 완독했고 1권의 책을 조금 읽다 말았다. 그 책들은 아래와 같다.
<안젤리크> : 재미로 후루룩 읽은 소설. 이런 소설의 특징이 책장은 잘 넘어가는데 다 읽고 나면 내용을 금방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벌써 내용은 가물가물함
<마케터로 살고 있습니다> : 주위에서 추천받아서 읽어보았던 책. 나름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크게
와닿진 않았다. 내가 이제 스스로를 마케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
<절연> : '절연'을 테마로 아시아 여러 국가의 소설가들이 쓴 단편을 모아둔 소설집이라기에 재밌어 보여서
샀는데, 생각보다 취향이 아니라 읽다 말았다.
<도쿄 리테일 트렌드> : 이 책 작가님이 퍼블리에서 연재하는 글을 평소 재미있게 읽고 있어서, 책도 흥미
로울 것 같아 구입. 예시가 많아서 좋았다. 나도 이런 책이 쓰고 싶어.
<내게 무해한 사람>, <아라의 소설> : 소설이 읽고 싶어서 순전히 제목과 표지만 보고 골랐던 책들. 두 책 다
멈춤 없이 술술 잘 읽혔다. 나도 소설이 쓰고 싶다.
<혼자일 것 행복할 것> : 루나님 책 중에 안 읽었던 책이라 사 보았다. 역시 루나님은 글을 재미있게 잘
읽히게 쓴다. 부러워.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읽은 적도 없으면서 이상하게(?) 이 에세이(?)를 먼저
읽었다. 왜냐하면 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으니까(!). 소설을 써서 먹고사는 것에
대해 굉장히 현실적으로 쓰여 있어서 많은 참고가 되었다. 나 같은 범인은 도전
하기 어려운 직업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달까..
<나를 리뷰하는 법> : 유료구독해서 재미있게 보고 있는 '캐릿'의 에디터가 쓴 책이라기에 궁금해서 사봄.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이 많아서 열심히 받아 적어놓긴 했는데, 내가 과연 이 작가님처럼
갓생을 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위에서 꽤나 길게 썼지만, 간단히 줄여 말하면 지난 23년 상반기는 정신을 반쯤 빼놓거나, 또 한편으로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가 별로 행한 것 없이 지나 보냈다. 상반기에 했던 치열한 고민들이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에서 7월을 맞이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반기에는 다시 내 페이스(pace)를 되찾아, 일은 대충 하고(ㅎㅎ) 글을 열심히 쓰고 영상을 열심히 만들어 보려 한다. 여전히 내가 간절히 바라는 인생은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인생이니까. 상반기에 헤맸던 만큼 하반기에는 흔들리지 않고 그 목표를 향해 이런저런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해보고 싶다. 예를 들면 소설 창작법 공부하기,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모임 참석해 보기 같은.. 늘 생각은 하지만 차마 시도하지는 못했던 일들. 지금은 신체적/심리적 에너지가 모두 부족해 못 하고 있는 일들이지만 몸과 마음의 힘을 좀 길렀다 싶은 순간에는 꼭 도전할 것이다. 이렇게 써놔야 압박감을 느껴서라도 하려고 하겠지(!) 어쨌든 2023년 하반기의 나, 파이팅이다. 내가 나를 응원해야지 누가 나를 응원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