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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보고 배우고 싶게 만드는 덕질

나의 덕질 연대기 - 김연아 선수 편



나의 덕질 연대기 - 김연아 선수 편




  이렇게 긴 세월, 이렇게 확고한 믿음으로 좋아한 사람은 단언컨대 이 사람뿐이었다. 설명할 필요가 없는, 전 국민이 다 아는 사람. 피겨의 전설. 김연아 선수의 덕질을 했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실 내가 승냥이(김연아 선수의 팬들을 부르는 말)인지는 자신이 없긴 하다. 경기를 따라다니며 응원할 정도의 팬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름 덕질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몇 가지 포인트들이 있긴 하니까.. 조심스럽게 단순히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응원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을 얹어 본다. 

※ 혹시 내용 중에 틀린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흐흐



록산느의 탱고와 입덕의 순간 


  나는 김연아 선수가 어릴 때부터 알아본, 그런 선구안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처럼 '피겨스케이팅=동계올림픽 때 예쁘고 조그만 선수들이 나와서 막 점프 뛰는 종목'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 뛰어난 주니어 선수가 나왔다는 소식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중계되는 쇼트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게 16살의 연아 선수가 수행했던 '록산느의 탱고'였다. 나는 그 엄청난 프로그램을 보며 연아 선수에게 매료되고 말았다. 점프가 뭔지, 스텝이 뭔지, 스핀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어린 선수의 심사위원들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 연기만큼은 한눈에 들어왔다. '이건 그냥 경기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진: UnsplashKelli McClintock



점프별 발 모양을 공부하다


  그다음은 뭐, 덕질할 때 하는 스텝을 그대로 밟았다. 일단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스포츠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이렇게 뛰는 건 플립점프고, 러츠는 엣지를 이렇게 써야 하고, 악셀은 반바퀴 더 뛰는 거고 어쩌고.. 솔직히 지금도 잘은 모르지만, 어쨌든 여기저기 인터넷을 기웃기웃하며 공부한 끝에 연아 선수가 뛰는 점프를 보면 무슨 점프인지는 알 정도가 되었다. 스파이럴, 스텝, 비엘만스핀 등등 자주 나오는 용어들도 알게 되었다. 그다음에는 특히 연아 선수가 어떤 걸 잘하는지를 파악했다. 트리플-트리플이 특기이고, 다른 선수들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자세의 유나 스핀이 프리 프로그램에 꼭 들어가고 등등.. 어쨌든 대다수의 국민들보다는 쪼~~끔 더 피겨와 연아 선수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해 본다. 


  입덕(록산느의 탱고)한 이후로는 김연아 선수의 모든 경기들을 (볼 수 있는 것들은) 다 찾아봤다. 그랑프리라는 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피겨 선수들이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을 바라보며 시즌을 준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아 선수를 응원했다. 점프에 성공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환호했으며, 혹여나 실수라도 할 때면 내 일인 것처럼 안타까워했다. 이전에도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김연아 선수는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죽음의 무도', '세헤라자데'를 선보이며 우승해 전국민적 스타가 되었다. 이때부터는 전 국민이 연아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며, 곧 있을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결과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금메달이었다. 심약한 나는 내가 보면 실수가 나오는 것만 같아서 연아 선수의 경기 시간 동안 TV 중계를 보지도 못하고 기도만 했었다ㅎㅎ 나중에야 금메달을 딴 것을 확인하고 나도 같이 울었던 것 같다. 



같이 나이 들면서 연아템 따라 사기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응원하는 것만으로 덕심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연아 선수가 선수일 때 한 번, 은퇴하고 나서 한 번 아이스쇼 티켓도 사서 보러 갔었다(내 인생 최대 자랑 중 하나가 김연아의 '록산느의 탱고'를 아이스쇼에서 직접 본 것이다ㅎ). 하지만 단순히 아이스쇼에 가는 데에서 그친 것은 아니었다. 내 또래인 연아 선수는 나에게 거의 아이돌과 같았다. 그가 하고 나오는 아이템, 광고하는 아이템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도 갖고 싶어졌다. 


  실제로 일명 '연아템'이라 불리는 것들을 참 많이도 샀더랬다. 처음 시작은 연아 선수 특별 에디션으로 나왔던 라끄베르(예전 브랜드다ㅎ) 립스틱이었던 것 같다. 당시 트렌디했던 딸기우유색이라 내가 차마 바를 수는 없었지만, 독특한 디자인의 케이스에 연아 선수의 싸인이 그려져 있어서 안 살 수가 없었다. 참고로 그 립스틱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쓰면 큰일남).. 여하간 라끄베르 립스틱을 시작으로 온갖 연아템을 사모았다. 운동화, 귀걸이(들), 믹스커피, 화장품 등등등.. 연아의 이름을 걸고 나온 것들은 왠지 갖고 싶었다. 마침 연아 선수가 나와 나이대가 비슷했기에, 연아 선수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광고하는 제품도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제품으로 바뀌어갔다. 그래서 따라가면서 사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요즘에도 계속 따라 사고 있냐 하면, 이제는 연아 선수의 광고템이 내 소득 수준을 뛰어넘어 버려서(ㅋㅋㅋㅋ) 조금 벅차지만 가끔은 따라 사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요즘에는 주로 연아 선수의 디올&디올주얼리 화보가 담긴 잡지를 사 모으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가방 정도는 하나쯤 따라 살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ㅎㅎ



의연한 연느님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기


  나는 '김연아'라는 인물에 대해 한 단어로 표현하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의연함'이란 단어를 말하고 싶다. '의연하다'의 뜻은 '의지가 굳세어서 끄떡없다'라고 하는데, 연아 선수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단어가 없는 것 같다. 사실 덕심을 표현하는 이 글에서 굳이 쓰고 싶지 않아서 자세히 적지는 않았지만, 김연아라는 선수의 선수생활 여정에는 시련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선수의 유일한 단점이 국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움은커녕 방해만 되었던 연맹, 시기와 질투의 시선, 피겨강국들의 견제 등등.. 나였다면 몇 번이고 울면서 다 때려치우겠다고 난리 부릴 만한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연아 선수는 늘 의연하게, 주변의 방해에 흔들리지 않고 연습하고 훈련하고 경기에 출전했다. 그 모습을 보며 어렸을 때의 나는 늘 배우려 노력했던 것 같다. '내 또래의 저 선수도 저렇게 의연하게 하는데. 나도 배워서 해보자.' 그런 마음이 나를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방향으로 살아가도록 도와주었다. 

  심지어 연아 선수는 은퇴 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줏대 있는 선택들을 해나가며 나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 그런 연아 선수(이제는 선수가 아니지만 어쨌든)를 보며 난 늘 흐뭇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앞으로도 연아 선수가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만을 한 명의 팬으로서 바란다. 늘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연느님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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