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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호수 May 02. 2024

MZ세대들의 회식불참 릴레이

교도관만의 독특한 회식문화 '내돈내산 회식'

직장인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은 언제일까?

내가 직장인이 된 이 후로 가장 두려운 순간은 회식시간이다. 그 두려움의 기원은 나의 대학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로운 대학생이 되었을 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가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야! 너 그거 들었어?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가면 술 엄청 많이 마신대"


"아 진짜? 나 술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는데...? 걱정되네"


"그리고 큰 소리로 자기소개까지 해야 한다던데. 그리고 춤추고 노래도 시키나 봐. 너도 아싸 되기 싫으면 하나쯤 준비해 놔. 안 그러면 선배들한테 찍힐걸..."


대학생활에서 소외된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나의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가뜩이나 내성적이고 음주가무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내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라는 자리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오리엔테이션이 무서워서 학교가 가기 싫었다고 하면 믿겠는가? 적어도 그 시절의 나에게는 진심이었다. 오리엔테이션을 참석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순진하게도 나는 오리엔테이션에 빠지면 영원한 아웃사이더가 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였고 그런 대담한 선택을 할 위인도 되지 못하였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낯을 가리고 쉽게 친해지기 힘든 편이기에 대학교 시절 첫 오리엔테이션과 같이 직장에서의 회식도 마찬가지로 내게 큰 부담감을 안겨주는 이벤트였다. 오리엔테이션은 그나마 나와 같은 처지의 수십 명의 동기들이 있지만 직장에선 기껏해야 몇 명의 동기들만 있고 그 동기들조차 각 부서로 뿔뿔이 흝어지기 때문에 첫 회식 때는 온전히 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친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고, 어떤 이야기로 분위기를 좋게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사람들이 좋아할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 오히려 모든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부자연스럽고 딱딱하만 하다.


처음은 뭐든지 서툴고 불편하고 어색하다. 무슨 일이든 그런 것 같다. 사람 관계는 더욱더 그런 것 같다. 내성적인 나의 경우 정도가 더 심했겠지만 누구에게나 첫 회식이 어색하고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요즘에는 이런 불편한 자리를 왜 강제로 참석해야 하는지 의문을 던지는 MZ세대들의 '회식 불참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신규직원이 첫 회식에 불참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나도 MZ세대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잦거나 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식이 아니라면 1차 정도에서 간단히 식사와 적당한 술 한잔 걸치는 회식 정도는 괜찮다. 회식을 통해서 직원 간의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고 그 유대감이 업무에도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는 것은 어찌 보면 회식을 해야 하는 대의명분이라면

적정선을 지키는 그 정도회식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는 것이 MZ세대들을 대변하는 솔직한 나의 속내이다.


소수만 즐기는 것이 아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회식은 '적당히'라는 선을 잘 지킨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다. 적당히라는 선을 못 지킬 경우에 다음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난다. 술이 한두 잔 들어가면 자제력을 잃는 직원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 직원 상사라면 아랫 직원들은 2차, 3차를 따라가며 상사를 케어하고 집까지 모셔다 드려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게 함께 하는 자리가 즐거우면 상관이 없지만 반복되는 라떼의 무용담과 고리타분한 이야기 일방통행으로 듣고 있는 자리라면 정말 고역이 따로 없다. 결국엔 재미도 없고, 내가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개고생만 하다가 집에 허무하게 돌아온다. 휴우... 게다가 내일 또 출근이다.


또한 나는 이 글을 빌어서 교도관만의 독특한 회식문화에 대해서 폭로하고자 한다. 바로 "내돈내산 회식"이다. 나는 처음에 교도관이 되고 나서 모든 공무원이 내돈내산 회식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다른 공무원 조직에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내돈내산 회식 문화를 가진 곳은 교도관조직밖에 없었다. 회식의 유일한 장점은 평소에 못 먹는 맛있는 음식들을 내 돈 내지 않고 먹는다는 것인데 가뜩이나 불편한 회식자리에 내 돈을 내고 참석한다면 참석률이 저조한 것이 당연하다. 불편한 자리에서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먹으며 다음날 1/n로 청구되어 날아오는 청구서를 볼 때면 회의감이 몰려드는 것이 사실이다.  직도 도관만이 내돈내산 회식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좀 서럽다. 법카를 맘대로 긁는 회식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회식 때 업무추진비로 고기 한번 배부르게 먹어보는 걸 바라는 게 사치일까?


윗 세대들이 회식에 불참하는 MZ들에 대해 아쉬워하는 마음이 크듯이 MZ들도 윗 세대들이 주도하는 회식문화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내돈내산 회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로의 간극을 해소하고자 하는 명목으로 회식 자리가 마련되지만 이젠 그 자리에 참석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과연 무엇을 위한 회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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