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나 구치소는 많은 수용자를 관리하는 곳이다 보니 직원의 수 또한 많다. 수용자의 24시간을 책임져야 하다 보니 그에 걸맞은 수의 직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방의 작은 기관의 경우엔 직원 수가 적기 때문에 몇 달만 지나도 직원들끼리 누가 누구인지 자연스레 금방 파악이 가능하지만 대형소의 경우엔 직원들만 수백 명이 되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같은 부서가 아니면 몇 년이 지나도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어색한 관계에 윤활제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인사이다. 서로 공통된 관심사나 접점이 없어도 유일하게 그 사람과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 그것이 바로 인사이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이 조직은 특히 첫인상을 판단할 때 인사로 판단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인사를 할 때 그 사람의 태도나 성격, 예절이나 대인관계가 드러나기도 하고 대개 인사를 잘하는 경우 그 예상이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를 잘하는 신규직원은 일을 잘하고 말고 여부를 떠나 똘똘하다는 인상을 준다.
교도관 조직은 일반적인 조직과 다르게 경례로 인사한다. 그래서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수고를 반복해야 한다. 지나치는 사람마다 경례를 하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물론 규정상으론 간단한 목례로 대체할 수 있긴 하지만 하급직원 입장에선 목례로 인사를 하다가 예의 없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경례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와 같은 제복직렬이기에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한 관습이기도 하다.
인사는 반가움과 존중의 표현이 되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이것으로 인해 서로 간의 피로감만 증대시키고 기분이 상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인사와 관련하여 한 가지 일화가 있다.
나는 웬만하면 모든 분들께 기분 좋고 밝게 인사하려고 하는 편이다. 대부분 직원분들은 인사를 잘 받아주신다. 몇몇 사람들을 빼고 말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나는 어떤 계장님께 인사를 했다. 별로 친분은 없지만 반가움과 존중의 표시였다. 하지만 그 계장님은 나의 인사를 대놓고 무시하셨다. 여러 번 있는 일이라 나는 대수롭지 않게 무시하든 말든 나는 인사를 꿋꿋이 했다. 나는 그냥 그분이 좀 쑥쓰럼을 많이 타시거나 별로 살갑지 않은 분이겠거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계장님 안녕하십니까"
"오! XX야. 잘 지냈나~~"
나의 인사를 항상 무시하셨던 그 계장님이 다른 수용자의 인사는 너무 반갑고 살갑게 잘 받아 주시는 것이었다!
수용자의 인사는 반갑게 받아주시면서 직원의 인사는 무시하시던 그 계장님의 모습을 보고 사실 약간의 현타가 왔다. 내가 그분에게는 수용자보다도 못한 존재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계장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진 않으셨겠지만 적어도 인사를 무시당한 내 입장에선 충분히 그렇게 생각이 되었다. 서로 존중과 반가움의 좋은 의도로 시작했던 인사라는 것이 오히려 기분을 상하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인사를 그때부터 안 했느냐. 그것은 절대 아니다. 난 예전처럼 똑같이 누구에게나 인사하고 혹시나 나도 누군가의 인사를 무시하지 않기 위해서 더 인사를 잘 받아 주었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인사가 인해 누군가에게 기분이 상하는 일이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인사를 잘하고, 잘받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