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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Nov 29. 2019

아버지와 둘이 짓는 목조주택

깐순이네민박 시즌2, 설레는 기다림

16개월간 운영한 깐순이네민박을 정리했다. 민박에서 300미터 떨어진 본가도 부모님 두 분이 생활하기에 너무 큰 집인데, 큰 집 2개를 운영하는 게 과한 면이 없지 않았다.

민박으로 운영한 게 집의 가치를 더 올려주기도 했다. 어찌됐건 팔렸으면 했던 집인데, 정리하고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예약문의를 거절하기도 죄송한 마음이 든다.

본가를 활용하기로 했다. 아버지 취미가 '집짓기'다보니 집에 갈때마다 집이 커져 있었다. 사용하지 않는 '남는 공간'도 상당하다. 이번엔 민박을 주기 위해 '작정하고' 확장에 나섰다.

아버지는 신난 마음에 판을 키웠다. 전국에서 목조 자재를 사들였다.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중이다.

사무실로 활용하던 공간 옆에 필로티 공간을 만들었다. 15평 정도 실내 공간을 새로 만들고 테라스 공간도 2배 이상 늘렸다. 아버지와 힘을 합쳐 벽채를 세웠다.

겨울이라 해가 짧다. 해가 뜨자마자 일하기 시작해 해가 지면 손을 놓아야 한다. 아버지의 마음이 조급한 이유다.

동해바다 여행을 가려던 계획도 '급취소'됐다. 괜히 조급한 아버지를 본 어머니의 양보다. 나는 "뭐가 급하냐"며 투정을 부렸다. 오히려 어머니가 "이렇게 일을 벌여두고 가면 내가 불안해"라며 여행을 취소했다.

여행을 위해 일정을 비워둔 덕에 아버지는 주말동안 '아들 사용권'을 얻었다. 어머니는 간식을 들고 우리의 일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아버지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건축의 'A to Z'를 할 수 있다. 힘좋은 '조수'가 있으면 효율성이 훨씬 좋아진다. 부자가 함께 일하니 성과가 눈에 띈다. 노을이 질 때쯤, 벽들이 다 세워졌다.

"방은 어디에 둘까?", "거실을 크게 할까?", "옷방을 만들까 화장실을 넓힐까?", "문은 몇개를 낼까?"…행복한 토론이 이어진다.

저녁은 외식이다. 모두가 고생했으니 기념하기 위한 작은 파티다. 어머니가 "아들이랑 일하니까 훨씬 진도가 빠르지?"라고 묻자 아버지는 "그렇지 아들이 일을 잘해"라고 답한다. 칭찬은 오늘의 보너스다. 민박 재개 시점은 내년 2월로 잡았다. 설레는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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