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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Jun 07. 2020

[신촌 형제갈비]2006년과 2020년

[신촌 형제갈비] 2006년과 2020년

2006년 새내기 시절, 선배들이 신촌 형제갈비에 데려가 갈비탕을 사줬다. 큼직한 갈빗대가 2갠가 3갠가 들어있었는데 고기 잡내도 없고 국물맛도 좋았다. 그때부터 형제갈비는 주기적으로 갈비탕이 먹고 싶을 때 찾는 곳이 됐다.

서울에 올라와 신촌 주변에서 10년 가까이 살았기에, 형제갈비에서 기억나는 장면들이 있다.

2007년 새내기배움터(새터)를 1박인가 2박인가 다녀온 뒤에 이곳에서 해장을 했다. 독수리상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난 뒤였던 것 같은데, 그때 한창 카메라를 열심히 들고 다닐 때였다. 뭔가를 찍으려 항상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녔었는데. 어쨌든 사진을 찍고 이곳에서 06학번, 07학번 몇명이 모여 갈비탕을 먹었다. 새터에서 친해진 면봉이가 새내기임에도 불구하고 선배인 내 밥값을 내주겠다고 했었다.

군대 때도 몇번 왔다. 영택이 부모님이 고기를 사주셨다. 가난한 학생일때라 갈비탕도 비싸게 느껴졌었는데 고기라니.. 원없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명환이도 휴가였는데 그때 단체로 찍은 사진이 남아있다. 다들 말랐었다.

2020년. 오랜만에 형제갈비를 찾았다. 학보사 친구 재욱이의 청첩모임장소로 연대생들의 추억이 담긴 이곳이 선택됐다.

고기를 구워주시던 아줌마가 "거하게 쏘시네. 연대 나왔죠?"라고 묻는다. 졸업생들이 청첩모임으로 자주 온다고 한다. 어릴 적 기억이 묻어있는 곳에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거하게' 쏠만한 적당한 장소다.

재욱이는 '양껏' 먹도록 고기를 시켜준다. 1인당 2인분씩 먹었다. 생갈비, 양념갈비 1인분에 3만원. 포천이동갈비는 4만원대였는데, 오히려 형제갈비 고기가 싸게 느껴진다.

2006년과 2020년. 14년 사이에 많은 게 달라졌다. 여유가 생겼다. 선택의 기준도 많이 변했다. 음식을 고를 때, 예전에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맛과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

그래도 만족감을 비교해보면 2006년의 갈비탕이 2020년의 소고기보다 더 컸던 것 같다.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행복해지기가 조금 더 어려워지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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