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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Aug 02. 2020

[홍제역 꼬방네]허름한 골목, 할머니의 내공 #제육볶음

삼겹살, 갈치조림, 오징어볶음...실력파 홍은동맛집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홍제역 근처, 아직 개발되지 않은 허름한 골목에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담긴 간판을 가진 식당이 있다.

꼬방네. 메기/아구 전문이라고 하지만 아구탕, 아구찜은 겨울에만 맛볼 수 있다. 그대신 다른 요리들이 출중하다. 할머니 혼자 운영하시면서 여러 메뉴가 있는데, 먹어본 모든 메뉴가 수준급이다.

맛, 양, 가격. 3박자를 두루 갖춘 맛집이다. 깔끔함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나름의 분위기가 있다.

두 번 방문해서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삼겹살, 갈치조림을 먹어봤다. 최고의 메뉴를 하나만 꼽자면 제육볶음(1만5000원)이다.

일단 양이 푸짐하다. 쫄깃한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갔다. 살코기와 비게 비율을 보면 앞다리살인 것 같다. 제육볶음엔 삼겹살보다 앞다리가 더 어울린다.

야채도 아끼지 않고 넉넉히 들어갔다. 쪽파와 양파가 특히 많다. 재료를 아끼지 않는 게 맛의 비결인 듯 하다.

다음 메뉴는 갈치조림(8000원). 갈치조림은 가격이 말이 안된다. 식사메뉴인데 안주급 크기다. 둘이 먹어도 될 양이다. 조림치고는 국물이 좀 많긴 한데, 밥보다는 안주로 더 어울린다.

두 메뉴를 주문하고 쌈을 부탁드렸다. 큼직한 상추와 오이고추, 깻잎 등을 한아름 받았다. 후한 인심을 느꼈다.

2번째 방문에선 삼겹살을 주문했다. 1인분에 1만원인데 300g. 냉동도 아니고 생삼겹인데 가격이 이렇다. 질도 떨어지지 않는다.

미농지? 같은 종이 위에 굽는 방식이다.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구워졌다. 기본찬에 충실하다. 상추에 삼겹살 한점과 기본 반찬들을 번갈아 넣어가며 쌈을 싸먹으면 딱이다. 된장국은 딱 집밥 스타일.

오징어복음도 시켜봤다. 제육볶음과 비슷한 양념에 메인 재료만 돼지고기에서 오징어로 바뀐걸로 보면 된다.

이 메뉴의 포인트는 국수사리. 삼겹살을 실컷 먹어서 배부른 상태였는데도 계속 손이 갔다. 거부할 수 없는 맛이다. 결국 한 사리 더 추가하고 말았다.

정감가는 곳. 맛이 보장된 곳. 가격이 너무 착한 곳. 앞으로 한 달에 한번쯤은 꾸준히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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