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지만 서울에서 안성까지 거의 4시간이나 걸렸다. 역대급 미세먼지에 코로나19가 여전한 토요일 아침인데도, 그렇게 차가 막혔다. 어버이날이 토요일과 겹친 게 교통체증의 이유다.
주말을 제외하고도 3일씩 '빨간날로' 쉬는 설과 추석은 이제 국민 대부분이 향유하는 휴가처럼 인식된다. 예전처럼 제사를 'FM'으로 지내는 분위기도 아니다. 코로나19에 따른 개인화, 소규모화도 이같은 풍속에 힘을 보탰다.
미혼 친구들이 더 많을 때, 마냥 어릴 때는 몰랐는데 알게 됐다. 요즘 어버이날은 명절보다 더 챙겨야 할 날이 됐더라. 하루만에 양가 부모님을 다 찾아뵙는 날이다.
예상치 못한 교통체증을 겪고나니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효'를 실천할 날인데 길바닥에서 시간을 허비하는게 아깝다. 5월5일 어린이날부터 이어지는 공휴일을 지정한다면 분산효과도 있을 것이다.
'주4일제' 언급이 조금씩 나오는 상황이다. '소는 누가 키우나'는 옛말이다. 소비할수록 나라 곳간이 쌓이는 시대다. 돈을 쓸 시간, 쉼표를 찍을 시간, 여유를 갖고 리프레쉬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은 4년 전에도 이슈가 됐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전,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걸었던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어버이날에)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에게 어버이날은 죄송한 날이 되고 있다"며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려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단,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하지는 않고,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관보에 게재하면 바로 시행된다.
올해엔 조용하지만 3년 전인 2018년에는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국민청원이 올라와 공감을 얻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올해 어버이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쉬게 돼 아이들을 돌보는 데 지장이 생길 우려가 크다"며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때는 그래서 그랬다고 치자. 2019년에도, 2020년에도, 2021년에도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들 대다수가 꼭 쉬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날 쉴 수 있도록 공휴일을 조정해야 한다. '꽉 막힌' 행정은 국민들을 괴롭게 한다.
덧붙이자면, 교통체증이 확실히 예상되는 주말이나 출퇴근 시간에 운전하면서 왜 '공사중' 푯말을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네비게이션 예상 도착시간이 늘어지고, 막힐 구간이 아닌데 막힐 때 보면 생뚱맞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꼭 그때 공사를 해야할까. 세심한 배려, 작은 배려가 반영된 행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