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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Feb 27. 2022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왜 한국말을 잘할까

한국어는 한국사람들만 쓰는 말인줄 알았는데, 전혀 아녔다. 동남아 사람들, 특히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이 한국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온지 벌써 한 달. 자카르타, 보고르, 뿐짝, 반둥으로 거처를 옮기며 여러 현지인들을 만나고 느낀 생각이다.


한국어에 비하면 인도네시아어는 정말 쉽다. 영어보다도 훨씬 쉽다. 일단 알파벳을 문자로 쓰는 덕에 읽기 쉽다. 발음이 약간 다르지만 영어와 비슷하다. 어순도 영어와 같다.


시제 표현이 없다. 경어체도 따로 없다. 주어를 높여 부르면 그만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말은 너무 너무 어렵다. '먹다'라는 말만 해도, 먹는다, 드신다, 잡수신다, 먹었다, 먹을것이다 등등... 상황에 따른 변화가 너무 많다.


쉬운 말을 쓰는 인도네시아인들의 언어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에 한 번 정도 가봤거나 안가본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한국어를 한국인처럼 구사한다. 한국어로 농담을 하고 한국 게임을 할 정도다.


인도네시아어, 영어, 한국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등 9개 국어를 구사하는 인도네시아 친구에게 언어를 왜이렇게 잘하냐고 물었다. 대답은 "글쎄...재밌어서?"... 한국에선 10여년동안 영어를 정규교육으로 배우는데도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이러니다.


한국어를 잘하는 인도네시아 친구들의 공통점이 있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고 한국어에 흥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일단 한류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 기사로 전해듣는 한류와 현지에서 느끼는 한류 열기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현지 노래방(가라오케)에는 한국노래가 거의 다 있다. 한국어로 검색하는 기능은 기본이다. 한국에서 그런것처럼 이곳에서도 친구들이 모이면 노래방을 간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큰 역할을 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에 비해 키가 크고 피부가 하얀 한국 사람들, 그중에서도 외적으로 훨씬 잘난 연예인들을 보면서 환상을 키운다. 호텔에서 TV를 켜면 한국 채널이 2~3개씩은 나온다. 한국드라마를 분류해 '드라코르(DRAKOR)'라는 단어로 지칭할 정도다.


이곳 친구들은 취미로, 재미로 한국어를 쓴다. 현지인들과 만나면 영어, 인도네시아어, 한국어를 1:1:1 비율로 섞어 대화한다. 흥미를 느끼니 실력이 빠르게 늘수밖에 없다.


코로나 시국에 한국에 갇혀 2년동안 부패됐던 영어 실력은 예전 정도만큼은 회복됐다. 역시 언어는 많이 쓰는 게 최고다. 한국어를 잘하는 현지 친구들을 보면 오기가 생긴다. 나도 빨리 인도네시아어를 자유롭게 쓰고 싶다는 경쟁심이 든다. 인도네시아어는 절대 마이너랭귀지라고 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인만 2억7000만명, 가까운 말레이시아에서 쓰는 말레이시아어와 비슷하기도 하다. 남은 두 달 동안 실전+이론 공부를 열심히 하면 일상대화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목표로 삼는다.


격리 기간동안 기초 인도네시아어 강의를 몇개 들었다. 본격 여행을 시작한 이후에는 강의 들을 시간이 부족했다. 한 2주만인가, 강의를 다시 들었는데 너무 쉬웠다. 그 사이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배운 말들을 강의로 접하니 더 쉽게 느껴졌다.


낯선 언어를 공부하다 보면 우주의 신비를 느낀다. 수천키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전혀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각자 쓰는 언어인데, 비슷하거나 의미가 통하는 말들이 있다. 인종은 달라도 사람이라는 큰 틀에서 같기 때문일까?


Suka. 좋아요라는 뜻. 일본어의 좋아요, '스끼'와 비슷하다. Kok. 발음처럼 '꼭'이라는 뜻이다. Hanya. 하냐..로 발음 되는데 '단지, 오직'이라는 뜻이다. 우리말 '하나'와 비슷하다. Pojok. 구석, 가장자리라는 뜻인데 우리말 '뾰족'의 의미와 닿아있다. 이밖에 Nanti는 나중에. Geli는 간지러워.. 등등.


덧붙이자면, 인도네시아어로 사랑은 'cinta'. 발음하면 [찐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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