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산지 벌써 한달이다. 제주도 3배 크기라는데 넓기도 넓지만 가는곳마다 또다른 매력이 넘친다.
한국인들에게는 짱구, 스미냑, 꾸따, 울짐바란, 울루와뚜 등 서쪽해변 지역과 남쪽의 사누르, 힐링도시 우붓(내륙) 정도가 유명하다. 이곳들도 물론 매력있지만 개인적으로 '베스트 3'로 꼽은 곳은 예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곳들이다.
#1. 발리의 마라도, 최남단 멜라스티 비치(Melasti beach)
사실 유명한 관광지에 방문하는것은 내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먼저 발리 전역을 범위로 숙소를 검색한다. 어느 기준 이상의 퀄리티를 갖춘 곳을 예약한다. 숙소에 도착한 이후 구글맵에서 숙소 주변 가볼만한곳을 찾는식이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단기 여행객은 발견하기 어려운 곳들에서 소소한 매력을 찾는다. 가끔은 유명한곳들보다 훨씬 충격적인 절경을 우연히 마주치기도 한다.
한국에서 친구가 3박4일 일정으로 여행오면서 기사님+차량을 예약했다. 그래서 반경이 넓어졌다.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공항에서 친구를 태운 후 첫 목적지는 '발리 최남단' 멜라스티 비치로 정했다.
깎아지른 절벽이 해변 입구를 감싸고 있었다. 비포장 도로를 몇분쯤 지나자 입이 딱 벌어지는 장면이 나타났다. 몰디브 바다 하면 생각나는 그 색, 채도높은 하늘색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비취색부터 시작하는 데코레이션이 펼쳐진다.
하늘까지 이어진다. 바다에만 감탄할 수 없다. 하늘과 구름과 절벽, 3박자가 기가막히게 어울리는 풍경이다. 모래는 백사장. 이곳의 아름다움은 누가 봐도 예쁘다. 전형적이지만 완벽한, 아름다움의 집대성이다.
발리하면 바다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발리의 바다, 해변은 불과 1km 떨어져 있어도 매력이 다르다. 모래도 검은 해변이 있고, 멜라스티처럼 하얀 해변이 있다. 핑크색도 있다고 한다. 바닷물 색도 푸르다고 하지만 해변마다 각자 다른 푸른색을 띄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해변이 각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해변을 하나하나 방문해보는것도 발리 여행의 묘미다.
#2. Kanto lampo waterfall, 세상에 이런 폭포가...'인생샷' 촬영은 덤
우붓에서 남쪽으로 30분 정도 거리, 기안야르 지역에 숨겨진 명소가 있다. 칸토람포폭포. 구글맵 리뷰가 300개가 채 안된다. 현지인들에게도 그렇게 유명하진 않다는 뜻이다.
바다도 너무 좋지만 산이 더 좋다. 적도의 태양 에너지와 우기의 충문한 물을 머금으며 자란 나무들이 우람하게 뻗어있다. 거침없이 흐르는 물줄기는 아름다운 지형을 만든다. 발리에는 특히 폭포 명소가 많다.
구글맵에 'waterfall'로 검색해보면 수십개 폭포가 나온다. 하나같이 다 멋있다. 폭포들의 공통점은 접근성이 약간 떨어진다는 것. 주차장에서 경사심한 계단을 좀 걸어야 한다.
칸토람포폭포도 마찬가지. 주차장에서 내려 100계단 정도 가파른 계단을 내려갔다. 폭포를 방문할 때는 폭포에 가까워질수록 소리가 먼저 들린다. 곧 폭포를 마주한다는 설렘을 먼저 만난다.
칸토람포 높이는 10미터가 좀 안된다. 발리 폭포 중 높이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에 바위가 여러개 세워져있다. 물줄기가 바위들에 부딪혀 산개하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햇빛이 이 사이로 비춰 무지개를 만들기도 한다.
폭포에 도착했을 때 젊은 서양인 커플이 거의 벗은채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다. 옷을 최대한 벗고, 요가 자세나 바디프로필 자세를 취하는 게 일종의 문화(?)다.
현지인 포토그래퍼 몇명이 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준다. 나도 모르는 내 휴대폰의 기능을 써가며 '인생샷'을 만들어준다. 팁은 'Up to you'. 남은 현금이 얼마 없어 4000원 정도를 줬는데 'Thank you very much'라고 한다. 2만원, 3만원을 줬어도 아깝지 않을 효용을 얻었다.
#3. Pandawa beach 비치클럽. 깔끔하고 정돈된 아름다운 바다+패러글라이딩
발리는 비치클럽으로 유명하다. 비치클럽이 춤추고 술마시는 그런 클럽이 아니다. 해변 바로 옆 전망 좋은 곳에 깔끔하고 넓은 수영장을 갖추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빈백, 오두막, 선베드에 누워서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음식 가격은 로컬식당에 비하면 훨씬 비싼 편이지만 괜찮은 호텔급 서비스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pandawa 해변도 멜라스티 해변처럼 남쪽에 있다. 그런데 또 다른 분위기다. roosterfish beach club에서 바라본 판다와 바다는 깔끔 그 자체다. 해안로도 쓰레기없이 평탄하게 뻗어 있다. 관광객들을 태운 카트도 이용할 수 있다.
비치클럽 안 잔디밭에서는 작렬하는 태양빛을 맞으며 요가를 즐길 수 있다. 더운 날씨에도 바닷가 바로 옆 오두막에 누워 있으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땀을 날려준다.
비치클럽 위에는 패러글라이딩이 한창이었다. 할까, 말까 고민이 들때는 해야한다는 걸 깨달았기에 곧바로 패러글라이딩 장소로 향했다. 판다와 해변 바로 위 50미터 정도 되는 높이에 절벽이 있다. 높은만큼 또 다른 절경을 볼 수 있다.
이날 날씨가 너무 좋아 바람이 약했다. 내가 도착한 후 한팀만 추가로 더 탈 수 있었다. 바람이 너무 약하면 운행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50% 할인중이라고. 1인당 6만~7만원 수준으로 합리적인 가격이다. 결국 패러글라이딩을 하진 못했지만 높은 곳에서 바다를 보며 바람을 느낀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발리에선 어딜 가든 실패가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다른 매력이다. 묵었던 숙소와 지역들도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섣불리 또 오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다른 곳의 매력을 또 느끼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내일은 서핑캠프로 향한다. 방금 일주일치 예약을 마쳤다. 다른 손님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나혼자 독점 강습을 받을 에정이다. 할까, 말까 고민이 됐지만 이럴땐 역시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