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섬, 발리는 어디든 언제든 아름답다. 특히 바다 수평선 또는 산줄기를 따라 펼쳐지는 일출과 일몰이다. 하루에 2번, 10분씩 20분 정도면 '인생장면'을 기억에 담을 수 있다.
발리에 처음 도착한날, 부랴부랴 석양을 보러 꾸따해변 바닷가로 갔을 때 봤던 장관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이었지만 구름은 그날의 석양을 막을 수 없었다. 오히려 타는듯한 붉은색부터 보라색까지 이어지는 석양의 그라데이션과 구름이 조화롭게 어울려 더 아름다웠다.
이게 발리지. 그날부터 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일출과 일몰사냥을 다녔다. 같은 장소에서도 날씨에 따라 매일매일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해줬다.
먼저 일출을 보려면, 아침 6시면 잠에서 깨어야 한다. 생체시계가 아침 6시에 눈을 뜨도록 설정된 덕에 매일 아침 일출을 볼 수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머무르는 지역을 옮기다보니, 어디로 가야 일출이 좋을지, 일몰이 좋을지 정도는 판단이 선다. 지형을 파악해야 한다. 동쪽이라도 튀어나온 지형이 있으면 일출이 가려져서 덜 예쁘다. 마찬가지로 서쪽에서도 탁 트인 곳을 찾아야 한다. 발리 중심지인 서쪽(짱구, 스미냑, 짱구, 짐바란 등)은 시원하게 열린 지형이 대부분이라 일몰을 보기에 제격이다. 지형이 애매하다면 높은 곳을 찾으면 된다.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운 '포인트'를 찾기 위해 본의 아니게(?) 아침운동을 한다. 아침 조깅으로 적당히 땀을 빼면 비로소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다. 하루를 건강하고 즐겁게 살게 해줄 엔돌핀이 솟아난다.
약간의 노력끝에 마주하는 일출. 지구의 만물이 밤 사이 잠시 이별했던 태양과 다시 마주하는 순간이다. 일출을 바라보는 순간은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10분이면 태양은 완전한 모습으로 지구를 비추며 이날의 '일'을 시작한다.
갓 떠오른 태양을 바라보는 10분은 명상의 시간이다. 요가 아쉬탕가의 기본 동적은 Sun salutation (태양 인사/예배)다. 태양을 바라보며 온몸을 움직이는 동작이다.
잠들었던 지구가 깨어나는 시간, 만물 중 하나인 나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즐겁게 보낼지,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할지 생각해본다. 자연과 하나가 된다.
오후 6시30분쯤에는 해가 진다. 해변에 자리잡은 발리 비치클럽은 발리 서쪽 해변에 훨씬 많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일출보다 일몰이 더 인기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일출보다 일몰을 더 찾는 이유는 '시간' 때문이다. 아침 6시엔 잠에 들어있거나 하루를 준비하며 집안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일출을 볼 여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일몰 시간은 다르다. 하루의 '숙제'를 마치고 여유를 즐길 시간이다. 하루를 정리하며 곱씹어보는 시간일수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목적'일 수 있는 '파티타임'일지도 모른다.
매일 일출과 일몰을 보는건 쉽지만 어렵다. 건강과 여유가 필요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포인트로 날 이동시켜줄 건강, 하루를 준비하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10분 시간을 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하루 20분. 일출과 일몰을 보는 시간은 '비용'이 아닌 '투자'다.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해선 건강과 여유가 필요하지만, 추가적인 건강과 마음의 여유를 가져올 수 있는 행동이기도 하다.
어제 봤다고 오늘 안볼 태양이 아니다.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태양이다.